brunch

매거진 Movie Sav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Aug 24. 2018

쓸쓸함이 찾아드는 시간

가을 감성 가득한 영화 5

입추(立秋). 가을이 들어선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은 언제가 입추였는지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늦더위가 오래간다. (참고로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었다.) 

그래도 이젠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도 지났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거라 생각된다.


'가을'은 참 오묘한 단어다. 봄이나 여름, 그리고 겨울과는 달리 '가을색' 이라고도 할 만큼 그만의 색도 가지고 있으면서 또 계절의 경계에 있어 희미하기도 하다. 그런 가을을 사람들은 '타기'도 하고, '놀이'도 간다.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렘도 주는 신비로운 계절. 이 계절을 맞이하며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추천한다. 


Edited by Movie Saver.

#가을 #가을영화 #가을감성 #쓸쓸한 #외로운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moviesaver




1. 만추 (晚秋, Late Autumn, 2010)


이 영화보다 더 어울리는 가을 영화가 있을까. 봄에는 '봄날이 간다'라면, 가을엔 역시 '만추'다. 

'만추'를 보고 싶었는데 참고 참다 가을에 꺼내어 봤다. 가을에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가을이 아닌 다른 계절에 봤다면 공기의 이질감에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을 것만 같다. 


영화는 마치 짧은 단편 소설 같다. 두 남녀의 감정이 긴박하게 흘러가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가을의 바람처럼 서늘하면서도 어딘가 애잔하다. 


'만추'라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회색빛에 가깝다. 그리고 가을보다는 초겨울의 바람이 느껴지는 영화다.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현빈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고, 탕웨이는 탕웨이다. 

이른 가을보다는, 제목처럼 가을이 꽉 찼을 때 보자. 다만 너무 늦지 않게. 요즘 가을은 너무나도 짧으니깐.


+) 개인적으로 영화 만추에서 두 남녀의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제목과 딱 맞는 패션. 내용과 상관없이 가을 쇼핑을 앞두고 있다면 만추를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2.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The Age of Adaline, 2015)


가십걸 '세레나'로 더 익숙한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주연인 영화.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 그녀의 영화가 나온다 했을 때 기뻤지만! 곧 극장에서 내려가 보지 못해 아쉬웠다. 

집에서라도 보려 했는데 왜인지 집중이 안되어 잠깐 보다 꺼버렸다. 그리고 얼마 전 TV 영화채널에서 보여주길래 잠깐 봤는데 완전 흥미진진, 나가야 하는데 TV를 끌 수 없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야 결이 좀 맞나 싶었다. 그러고선 약속 때문에 끝까지 다 보지 못했지만 아마 오늘, 이 글을 다 쓰고 처음부터 다시 보지 않을까.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한 여자의 이야기다. 29세의 나이로 100년째 살고 있는 그녀.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나도 아직 다 보지 못해 그 끝은 모르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영화가 정말 분위기 있다는 것. 그리고 영화 속 '아델라인'은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 시대에 따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의상을 보는 재미는 덤! 그녀는 정말 최고다..



3.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가을에는 왠지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음악 영화가 있지만,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 영화라면 '인사이드 르윈'이지 않을까. 쓸쓸한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이야 말로 가을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니. (영화의 배경은 쓸쓸하고 추운 뉴욕의 겨울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어거스트 러쉬'나 '비긴 어게인'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 영화는 남녀 관계도 없고 (아니 아주 살짝 있긴 하지만) 오로지 무명 뮤지션 '르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오디션을 위해 뉴욕에서 시카고로 떠나는 르윈. 그리고 어렵사리 찾아간 곳에서 오디션을 보는 그. 

과연 그의 오디션은 어땠을까. 영화가 끝나고도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애절한 노래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그렇게 가을 (아니 어쩌면 겨울)의 계절을 느껴볼 수 있다. 


+) 의외의 인물, 캐리 멀리건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나온다. 포스터만 봤다가, 두 배우가 나와 괜히 반갑게 느껴졌다. 



4. 어톤먼트 (Atonement, 2007)


내가 너무 사랑하는 조 라이트 감독 X 키이라 나이틀리 조합의 두 번째 영화, 어톤먼트. (그들의 첫 번째 영화는 '오만과 편견'이었다. 세 번째 영화는 '안나 카레니나'이다.)


그래서 사실은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는 애잔한 시대물 이겠거니. 하지만 나는 감독도 배우도, 심지어 국가(영국)도 좋아하니 부푼 마음으로 골라봤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두 남녀의 농도 짙은 로맨스에 조금 놀란 건 사실이었지만,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키이라 나이틀리도 제임스 맥어보이도 아닌 '여동생'이었다. 

이 둘은 과연 사랑이 이루어질까. 전쟁터에 나가게 되어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은 어떨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둘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atonement', 즉 '참회'라는 의미로 여동생의 참회로 끝이 난다. 소설가로 성공한 그녀의 이야기로 우리 모두 충격에 빠져들게 된다. 

atonement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리고 사전에서 단어를 검색해본 후에 비로소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영상, 음악,.. 그리고 스토리까지. 모든 것이 가을의 쓸쓸함을 안고 있는 듯한 영화다. 영국 영화답게 따스한 차 한잔과 함께 보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속죄'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영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설로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니, '가을 독서'로도 좋겠다. 


+) 여동생 역에는 '시얼샤 로넌'이 연기했다. 맞다. 영화 '레이디 버드'의 그녀. 지금보다 더 어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5. 라스트 나잇 (Last Night, 2010)


이번에도 키이라 나이틀리 영화다. (나의 최애 배우다)


영화 '라스트 나잇'은 보고 나면 찜찜한 기분이 남는 영화다. 한 부부의 각자의 외도를 담고 있는 내용인지라, 이런 내용이 불편하다면 비추 하겠다. 

하지만 불편한 시각을 조금만 거둔다면 영화는 참 좋다. 정말 가을밤에 딱 어울리는 영화랄까. 고작 하루 이틀을 담고 있는 영화지만, 어쩐지 굉장히 긴 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영화는 본 지 조금 오래되어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인공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가 아침에 단골 카페에 가서 베이글과 커피를 사들고 나오는 장면이다. 이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영화 내용과 크게 상관있는 내용도 아니지만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다. 


남편을 출장 보내고 혼자서 그냥 대충 입고 나와 단골집에서 늘 사던걸 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일상이 어떤지, 그녀의 감정이 어떤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것은 없고, 여유는 있지만 무언가 허한 마음이었으리라.... 내가 베이글과 커피를 좋아해서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한 장면만으로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주로 전형적인 '영국 레이디'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배경이 '뉴욕' 인지라 다른 영화 대비 도시적인 느낌의 그녀를 볼 수 있어 반갑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문득 찾아온 가을밤에, 혼자 남아 쓸쓸하다면 이 영화를 보자. 아, 이 영화에는 차 보다는 와인 한잔이 더 좋겠다.

 



가을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아마 긴팔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랍장에 잘 넣어둔 긴팔과 외투를 준비할 시간, 더불어 미리 준비해 놓자. - 따뜻한 차 한잔과 감성 충만한 영화 한 편. 그렇게 짧게 끝날 이 가을을 보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소름 돋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