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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Sep 18. 2018

나는 무슨 세대일까.

밀레니얼과 엄마 사이에서.


1. 

굳이 따져보자면 나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감사하게도 광의의 밀레니얼은 80년대 초중반 년생부터라고 하니 아슬아슬하게 그 끝을 잡고 있는 셈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나열한 기사를 봐도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 있다. 100프로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2. 

밀레니얼 세대를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출생 연도로는 밀레니얼이지만, 라이프 스테이지는 '엄마'인데 밀레니얼이 될 수 있나. 밀레니얼의 대표 성향을 보면 'YOLO'처럼 뭔가 오로지 나를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경험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기혼자라도 기본적으로 '노 키즈'를 표방한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 나는 그럼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3.

혹시나 싶어 '밀레니얼 맘'을 검색해 봤다. 밀레니얼 세대 안에서도 몇 가지 타입으로 구분을 짓기도 하는데 그중 한 가지가 '밀레니얼 맘'이었다. 쉽게 말해 '요즘 엄마'다. 밀레니얼 세대의 나이와 같이 하면서 아이가 있으면 그냥 밀레니얼 맘인 거다. 


.. '어이가 없네...?' 


4.

어디서 구분한 건지는 몰라도 그 6개의 밀레니얼에는 안티 / 세련(HIP) / 구식(OLD-SCHOOL) / 최첨단형 / 친환경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나머지 하나가 '밀레니얼 맘'이었다. 

세대라는 게 원래 무 자르듯 탁 나눠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겹치는 성향들이 있고, 그래서 하나의 성향으로 보기보다는 복합적으로 묶어서 공략을 하기 마련인데 이 '밀레니얼 맘'이라는 게 참 애매했다. 


5가지 타입은 소비 패턴이나 성향 등으로 구분하면서 밀레니얼 맘은 '주부'라고 하는 라이프 스테이지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아니 맘이 안티 일 수도 있고, 세련일 수도 있고, 구식일 수도 있는 건데 - 주부는 그냥 묶어서 '~ 맘'이라고 지칭한 것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5. 

내 나이가 애매한 탓인지, 생각해보면 난 늘 어느 세대에도 끼지 못했다. '엑스세대'가 한 창 나올 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 연령대를 낮춘다 해도 고등학생까지였다. 하지만 그 세대의 특징을 보면 나는 이미 그들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N세대였는데, 사실 그때 컴퓨터 쓰면서 인터넷(더 전에는 PC통신) 할 줄 아는 학생/젊은 층이라면 누구나 N세대였다. 특정 세대를 가리키기보단, 하나의 '현상'에 더 가까운 용어처럼 느껴졌다. 


6. 

시간이 흘러 밀레니얼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이는 또 미국이나 유럽의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원래의 밀레니얼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먹고사니즘을 고민하기보다는, 지구와 환경을 고민하고 그로 인해 결국 나에게 게 이득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바꿔놓은 것이 cluelty free나 고기 소비, 가죽과 모피 사용의 반대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밀레니얼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환경에 대해 예전보다 고민하고,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추세이지만 취업과 월세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의 밀레니얼이다. 

그럼에도 다른 것이 있다면 예전이라면 번듯한 직장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소유보다 경험을 택하고, 취업이 안된다면 창업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의 밀레니얼이라는 생각이 든다. 


7.

그런 밀레니얼을 들여다보면, 나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창업도 좋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고, 경험도 좋지만 소유 욕심도 크다.  약간 애매하게 낀 상태라고 할까. 창업은 하지 않았지만 혼자 일하는 업을 택했고, 소유할 건 하고 못하는 건 경험으로 대신한다. plan B를 선택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거부감은 없다. 


이렇게 적다 보면 또... 나는 밀레니얼이 맞나 싶기도 하다. 

일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고, 아내이기도 하는 나는 도대체 무슨 세대 일까. 


8.

나와 같은 종족을 명명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엄마들은 그냥 워킹맘 / 전업맘 외에 다른 말이 없다. 워킹맘 안에서도 프리랜서가 있고, 프로 워커홀릭이 있는가 하면, 전업맘 안에서도 밀레니얼처럼 즐길 것 즐기면서 사는 엄마들도 있고, 프로페셔널하게 '엄마'라는 직업을 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어째서 엄마가 되면 일하거나 안 하거나 두 가지로만 구분을 짓는 걸까. 엄마가 되는 순간, 그들이 지녔던 취향과 성향은 무시된 채 그냥 엄마가 된다. 


밀레니얼 맘이라는 단어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외 성향을 지닌 엄마들은 또 무엇이 되는 걸까. 물론 모든 사람들을 이런 단어로 구분 지을 필요는 없지만. 


9.

쓰다 보니 뭐라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이런 주제로 한 번쯤은 생각을 나열하고 싶었다. 나는 밀레니얼이지만 엄마인데 밀레니얼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나는 무슨 세대일까. 워킹맘도 아니고 전업맘도 아닌데. 그냥 30대의 아이 하나 키우고 있는 주부이자 엄마일 뿐인 걸까. 


어차피 내 정체성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지만, 적절한 명칭을 아직 보진 못해서 조금은 슬프다. 세상이 그냥 이 세대는 소비나 사회 현상에 있어 그렇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는 무슨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단순히 ~맘 이라고 불리는 것은 어딘가 슬프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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