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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Aug 09. 2023

01. 교사들은 어렸을 때 말 잘 듣는 학생이었을까?

교사들이 말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교사들이 앉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학교가 아닌 카페에 앉은 교사들

 아마 8할이 학부모와 학생 얘기일 것이다. 지금 맡은 반에 어떤 학생이 있고, 교사의 관심과 애정과 노력이 필요한 금쪽이는 누구이며, 오늘의 솔루션은 무엇이었는지. 또는 오늘은 또 어떤 인간 군상을 탐구하였는지-대부분은 학부모.

 사회에 나가면 ‘유유상종’이라는 법칙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직 자신이 영장류인지, 외계인인지조차 분간되지 않은 야생의 아이들이 한 반이라는 이유로 냅다 1년을 같이 산다.

 인간은 서로라는 거울이 없으면 스스로를 볼 수 없는 참으로 가련한 운명이다. 학생들은 ‘아 내가 인간이라는 영장류구나’, ‘사회 속의 인간이구나’ 하는 것들을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서서히’ 알아간다. ‘서서히’라는 것은, 이를 깨닫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 상황이 있다는 얘기다. 옆의 친구들과 모둠 활동을 하며, 급식 시간에 줄을 서며, 발표할 때는 손을 들고, 종이를 자를 때는 가위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요즘은 학생들이 적어서 그래도 괜찮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신도시 학교는 한 반에 30명, 그런 반이 10반씩도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초중고 일반학급 평균 학급 당 학생 수’ 또한 23.2명으로 OECD 평균 21.1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각기 다른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과 가정사는 반을 더욱 다채롭게 해 주며, 그 화려함에 교사는 머리가 빙글빙글 돌 지경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홑몸이 아니다. 최소 1명에서 두 명의 보호자(보통은 부모)도 있으니 교사는 반에서 최대 90명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도 가끔은, 현실에 마주한 학생과 학부모가 아니라, 그 옛날 우리들의 선생님을 떠올릴 때가 있다. 교사들이 교사가 되기 전, 교탁 앞이 아니라 책상 앞에 있던 시절, 우리들의 선생님에 대하여. 교사들은 이 교실에서 어떤 학생이었을까?



아래는 선생이와 동료 교사들의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가장 핫한 카페, 클래스룸(classroom)

선생이: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샘이 생각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전학을 많이 다녔거든요. 거의 1년에 한 번? 근데 그 많은 전학 중에서 3학년 때 샘께서 유일하게 눈물을 보이셨어요. 그때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제일 기억에 남네요. 그게 좀 감동이었나 봐요.

동료교사 A: 음 저는 굳이 뽑으라고 하면 뽑겠지만, 저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사실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말 잘 듣는 학생도 아니었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들이랑 얘기 많이 하고 그런 애가 아니고 전혀. 알아서 놀고, 선생님한테 무관심한 아이였어요. 조용하고 숫기 없고. 너무 좋거나 안 좋거나 그런 샘이 없었어요. 굳~이 뽑으라고 하면 뽑긴 하지.

선생이: 오 누군데요?

동료교사 A: 굳이 하자면, 6학년 때 선생님. 젊은 선생님. 엄하지 않고 친근하게 해주는 샘. 지금 생각해 보면 막 분위기를 잘 잡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소란스러웠는데, 근데 그 샘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금도 카톡 프사 보는데ㅋㅋㅋ 그때도 풍물놀이 하셨는데 지금도 하시더라고요.

선생이: 엥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요? ㅋㅋㅋ

동료교사 A: 네 뜬금없죠ㅋㅋ 십몇 년 동안 꾸준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딱히 에피소드가 있진 않고, 지금 보면 이런 동아리를 한 학교 내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동아리 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하시는 게 대단하다 싶어서 기억이 나네요.

선생이: 오 맞아요. 사실 그런 이유로 생각이 날 수도 있죠. 저희가 뭐 (교대)면접 질문에서 보면 인상적인 선생님과 그에 따른 교훈적인 이야기가 꼭 있어야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구체적인 기억보다는 그때 선생님의 태도나 행동에서 오는 느낌만 남는 것 같아요. 지금 말한 것처럼 ‘대단하다’, 아니면 ‘좋았다’, ‘재밌었다’, ‘별로였다’ 같은 거요. 뭐 잘 모르지만 ‘잠재적 교육과정’ 이라고도 얘기하잖아요. ㅋㅋ


*잠재적 교육과정: 학교에 의하여 의도되지 않았지만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에 은연중에 학생들의 가치관,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 환경과 교육 실천 과정을 의미한다.


동료교사 A: 아 그러니까 생각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벤트한 거 기억나요. ㅋㅋㅋ 공부한 건 기억 안 나고.. 이벤트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는데 학생들한테 되게 친근하게 해 주시고. 그때 고3 언니들을 위해서 깜짝 이벤트 준비하자 해서 노래 연습해서 게릴라 콘서트처럼~

선생이: ㅋㅋㅋ 연예가중계인가요.

동료교사 A: 게릴라 데이트?! ㅋㅋ 그래서 아무튼 원래 악기 할 줄 알았던 애들 연습하고 쉬는 시간 맹연습을 한 거예요. 나중에 강당 같은 데에서 서프라이즈로 공연했는데, 그 후에도 우리가 체육대회 1등 해서 산 상품 3학년 언니들한테 주고, 언니들은 답례로 빵 돌리고 그랬었던 게 기억나요.

선생이: 오 선생님께서 관계를 만들어주셨네요. 재밌었겠다!

동료교사 A: 네 ㅋㅋ 그래서 나중에 교사 추천서 필요할 때도 그 선생님한테는 말씀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부탁드렸었어요.

선생이: 오 그 선생님께서 우리 내향적인 isfp의 마음을 열었네?

동료교사 A: 그쵸. 어려운 일이라고요! ㅋㅋ

동료교사 B: ㅋㅋㅋ저는 엄청 부끄러웠던 순간이 기억나요. 그때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선생이: 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동료교사 B: 선생님 얼굴 그리기 시간이었는데, 저는 T라서, ㅋㅋㅋ 잘 그려드릴 마음이 1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얼굴을 진짜 열심히 관찰해서 그렸는데 너무 괴상한 거예요.

동료교사 A: 아 ㅋㅋㅋ 선생님 어떡해요. 상처받으신 거 아니에요?

동료교사 B: 저도 그럴 줄 알고.. 약간 걱정했는데, 다 보시고 피드백 시간에 딱 그러시는 거예요. ‘나는 오늘 너무 감동했다’고.

선생이: 오? 이렇게 생긴 줄 몰랐는데 알게 되어서..?

동료교사 B: 아 아니요! ㅋㅋㅋ 얼굴 그리기 한 것을 말로 설명하고 소감 적는 게 있었는데, 거기다가 제가, ‘선생님 눈은 찢어져있고, 코는 납작하고, 입술은 얇다... 아무튼 간에 사람은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쁜 것 같다. 쩝.’ 이렇게 적은 거예요.

선생이: 쩝은 뭐야 ㅋㅋㅋㅋㅋ

동료교사 B: 아 그러니까요. 그렇게 제 거를 대표작으로 읽어주시면서, 여러분도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쁘다, 우리 남은 시간도 웃으면서 지내자고, 그려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는데 되게 감동적인 거예요.

동료교사 A: 오 좀 감동이다.

동료교사 B: 제 거를 대표작으로 읽을지는 몰랐어요. 사실 누구나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말이 오글거리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괜히 ‘쩝’까지 적은 거였거든요. 그래도 나름 큰 깨달음이었는데 선생님도 그걸 알아주신 것 같아서 좀 좋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러웠지만 기억에는 오래가더라고요.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서 그건 미술 시간이었지만, 저는 이상하게 그 이후로 글쓰기랑 국어가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선생이: 오~ A와는 다르게 말 잘 듣고 선생님도 잘 따르는 모범생이었던 것 같은데요~ ㅋㅋㅋ

동료교사 A: 아 저도 공부는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중고등학교 간 후이지만...

선생이: ㅋㅋㅋ 아무튼 이런 얘기 들어보면, 교육으로서 남는 것은 뭔가 지식적인 측면만이 아닌 것 같은데, 특히 초등은.. 그래서 학력보다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배움에 대한 태도를 잡아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동료교사 A: 그렇긴 한데, 초등학교에서는 그러다가 중학교 가서 갑자기 어려워지고, 평가도 매우 잘함만 받다가 막 등수 세우고 그래서 당황스럽긴 했어요.

선생이: 아 그건 인정.. 그래서 수포자, 영포자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수포자...

동료교사 A, B: 아... Aㅏ..

선생이: 아 이건 tmi였나요?ㅋㅋㅋ




 내신1.00의 수포자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한 번도, 어떠한 과목에서도 1등급이 아닌 등급을 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전교 1등이었고, 내신 1.00등급을 앞세워 교육대학교 입시에 성공했다. 대학에서도 4년 동안 과탑(과에서 성적 1등)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였다.

 ‘에이 그래도 기본적인 수학 지식은 있겠지~ 수포자가 어떻게 교대에 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능 때는 맨 첫 장도 풀지 못해 처음부터 찍었다. 한 줄 세우기를 하지 않고 정성스레 골고루 찍으면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문제 풀이에는 전혀 손대지 않고도 5등급은 항상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돌 맞을지 모르지만 9등급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ㅎ 문제를 모두 틀릴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답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들은 거의 수학 과목의 선생님이었다. 인간적으로 많은 위로를 주었으며, 수학도 잘 가르쳐주셨다. 그럼에도 나는 수학 앞에서 늘 다짐하고 좌절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개인적인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대량의 수포자가 양산된 데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도 있다. 수학이 재밌냐고 물으면, 항상 재미가 없었고, 그건 현재의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반 학생들에게 물으면 가장 재미없는 과목 또는 자신 없는 과목의 1순위를 다투는 과목에 항상 수학이 들어간다. 수행평가라도 보는 날에는 성적이나 순위도 매기지 않는데, 학생들은 이미 떨고 있고, 점수에 집착한다. 물어보면 엄마와의 약속, 학원에서의 압박으로, 교사가 아무리 부담 주지 않으려 해도 통하지 않는다.

 변별을 목적으로 하는 문제를 풀고, 점수가 매겨지는 데 익숙하다 보니 ‘수학=시험=성적=부담’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끈기 있는 행동을 위해서는 작은 성공 경험이 많아야 한다. 학교의 수학 교육은 이와 반대로, 작은 실패 경험을 쌓아주었다. 아무리 선생님이 좋아도, 수업이 재밌어도, 결국에는 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게 목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것

 하지만 위의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성인이 된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줌의 추억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변별된 점수나 등수, 지식 한 트럭이 아니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학교와 배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평생 배우는 사람을 만든다. 

 경쟁의 끝, 꼭대기 절벽에 서서 길 잃은 자를 만들 것인가, 각자의 길을 찾아 숲을 헤매다 여러 봉우리를 찾는 자를 만들 것인가. 그게 바로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지원할 우리의 손에 달렸다. 

 사실 이다음 세대는 우리들의 후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는 우리 자신이다. 평생 교육의 시대다. 이제 교육의 주체와 대상은 모두 나 자신이 되었다. 교육적 대화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며, 이를 통해 나, 그리고 우리의 후손 모두를 ‘N포자’의 굴레에서 구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어떤 교육을 받고 싶은가요?

지금 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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