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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Feb 28. 2019

한눈에 다 보이게 해 줘

남편 옷 정리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간단히 몇 자 적어보려고 해요. 사실, 별거 없어요. 저보다도 훨씬 더 정리 정돈 잘하는 깔끔한 분들 많을 거예요. (겨울옷 정 미루고 있는데, 오늘 귀가 후에는 저도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1. 가족의 옷은 구분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정리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분류예요. 각 짐은 구분해야 정리가 돼요. 옷은 다 따로 입어요(나이 터울이 얼마 안나는 어린이 형제자매들, 쌍둥이, 신생아 아이들 옷은 예외로 할게요) 그래서, 그들의 옷은 각각 따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해요.



2. 계절별 (여름, 겨울, 간절기) vs 상시 옷 (속옷, 실내복) vs 특수 옷(운동복, 한복 등)


속옷, 양말 등과 계절 구분 없이 입는 실내복(요즘 실내온도는 냉난방으로 1년 내내 18-20도 안팎이라, 저는 가벼운 긴팔/반팔 면티셔츠와 부드러운 촉감의 면 운동복은 일 년 내내 입어요)과 계절에만 입는 옷은 자리를 구분해요.  상시 옷은 꺼내기 쉽고 가까운 고정 자리를 먼저 정해놓아요.  


계절 옷은  " 여름 / 겨울 / 간절기 " 로 구분하고 되도록 박스에 넣어서 보관해요.

얇고 가벼운 여름옷은 접어 보관하는 게 부피가 적어서 좋고, 스웨터 같은 소재도 상관없는데, 단 두껍고 무거운 겨울옷(외투, 양복 등)은 계절별로 옷장 안에 걸어두죠.


운동복(스키복, 마라톤, 등산 등의 옷), 한복 등... 특수 옷도 각각 따로 잘 모아서 보관합니다. 단, 운동복의 경우 자주 입는 옷이나 장비들은 따로 꺼내 쓰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모아둬요.  




** 여기서 질문! 옷... 걸어둘까, 접어둘까?


옷 보관의 기본 아이디어는 옷가게에 있다고 생각해요.


넉넉한 드레스룸이 있을 때는 모든 옷을 걸어서 보관했어요. 계절에 상관없이 같은 색의 옷을 상하의 구분 없이 걸었어요. 옅은 색에서 짙은색으로 이어지는 색의 바리에이션을 따라서요.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온도의 색깔이 있어요) 언제라도 꺼내 입고 싶은 디스플레이. 그걸 최대한 비슷하게 집에서도 구현한다면 같은 옷을 중복해서 살 필요도 없고, 입을 때 기분도 산뜻하니까요.


하지만 계속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실험(?)을 하고 있어서, 보관 방식도 변화가 필요했어요. 부피를 줄이는 데는 접어서 보관하는 게 나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집이라고 해도 옷 보관과 디스플레이의 원칙은 같아요. 다만 전시장(?=옷장)이 좁으니.. 다음 계절 옷들은 잠시 퇴장해주는 것뿐이죠.


고급 매장일수록 걸린 옷이 적어요. 옷 하나를 멋지게 보이기 위해 잘 손질해서 걸어두죠. 집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많이 걸린 옷은 그 옷 하나의 매력을 못 보게 만들어요.  명품 매장처럼 티셔츠 한 장만 달랑 걸어놓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일 입을 옷을 잘 다려서 따로 걸어놓고 자는 밤의 설렘을 생각한다면 해답은 간단해요.  옷 보관은 공간을 여유 있게 해 두는 것이 항상 더 보기 좋아요.   


 

옷 하나하나는 평범한  에르메스 깔맞춤 디스플레이

 


 ** 옷가게 디스플레이를 보고 따라한 것


옷 정리 초기에 옷가게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옷걸이를 발견했어요. 옷걸이가 똑같으면 옷의 높이가 똑같아져서 더 깔끔해 보인다는 걸 알았죠. 나무 옷걸이를 왕창 사서 걸었습니다. 옷의 높이가 같아지는 효과가 있고 옷에게 조금(?) 잘 대해주는 느낌적인 효과가 있었지요. 그때보다 옷을 많이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옷걸이가 많이 남았지만;  되도록 빨래를 말릴 때도 티셔츠 같은 상의는 옷걸이에 걸어서 말리고 그대로 옷장이나 행거에 걸어 보관합니다.  



(같은 이케아의 옷걸이인데도!!! 일 년 후에 구입했을 때는 미묘하게 아주 조금 크기가 작아지고 색이 더 옅은 재질로 바뀌어버렸어요. 지금은 옷걸이에 따라 남편과 저의 옷을 구분해서 겁니다.)


왼쪽 오른쪽 크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케아 나빠요







3. 남편 옷 정리의 실재 - "다 보이게 해 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실을 보여드릴게요. 이게 현실 남편 옷방이에요.

처음 남편 옷은 작은 방의 붙박이장에 자리를 정해서 넣어줬어요. 하지만, 저희 서방님은 옷을 꺼내서 잘 입고, 다시 입은 옷을 옷장의 옷걸이에 걸어 넣는 차분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외투를 걸어둘 스탠드형 옷걸이를 하나 마련해줬더니 그 위에 입은 옷들을 산처럼 쌓았죠.

 

남편의 성격을 파악하고 옷 매장 창고(!) 디스플레이를 참조해서 튼튼한 행거에 입을 옷을 "쫙, 한 번에 다 보이게" 진열했어요.


미안해요. 사진 찍어보니 나님이 요즘 소홀했어요




속옷, 내복, 양말, 운동복을 넣는 오픈 선반을 기준으로 한쪽에는 외출복을 다른 한편에는 실내복을 걸었죠. 계절별로 입어야 할 실내복/외출복을 구분해 걸었더니, 나름대로 찾아 입고 원하는 것을 주문하더군요.


행거에는 너무 빽빽하지 않을 정도로(지금 보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계절별로 입을 수 있는 옷을 걸어둡니다. 남편의 패션 철학은 "편하고 평범하게, TPO에 맞게만 입자"이기 때문에(그렇게 주입시켰습니다. 옷보단 몸!) 단순한 디자인, 요란한 패턴의 옷은 지양합니다(하지만 사실 자기는 강렬한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고백해서;; 티셔츠 몇 장을 추가해주었습니다).


행거에 걸어둬서 편한 점은 한눈에 보인다는 거죠. 아무렇게나 조합해도 어색하지 않을 색깔과 소재를 골라, 기본 아이템을 솎아내거나 보강할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작아진 옷장 공간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 보이게 진열"해주고 안 입는 겨울 외투 몇 개와, 특별한 날 입어야 하는 양복 세트만 붙박이 장에 남겼습니다.


옷 정리의 기본은 옷장(드레스룸) 안에 자주 입고 잘 입는 옷을 넣는 것이지만, 원칙은 원칙이고 실전은 실전이죠. 정답은 없습니다. 행거(오픈 디스플레이)의 단점. 햇빛에 옷감이 빛 바랠 수 있으니 항상 커튼을 닫아둡니다.  








4. 계절 옷은 박스에 보관  


그 밖의 계절 옷도 있습니다. 그것은 박스에 넣어서, 팬트리 공간에 넣었습니다. 남편의 옷은 갈색 박스 세 개 (... 나머지는 다 제 것 ;) 두꺼운 스키복을 포함한 운동복 한 박스와 여름옷, 그리고 한 박스는 스웨터 두장 들어있고 속은 비어있습니다.

  

좀 창피합니다. 항상 제 짐이 문제예요 TT

 




4. 안 입는 옷을 정리합니다


사실, 다른 방 한 구석에는 정리해야 할 옷더미가 쌓여있습니다. (2인 가구로 항상 빈방 하나가 남습니다) 지난겨울이 시작될 때 왠지 안 입게 될 것 같은 것들을 골라 담아 둔 것입니다. 대부분이 저의 것이지만, 남편 옷도 섞여있죠.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건 정말 안 입을 것" 같은 옷만 골라냈는데도 저렇게 쌓였습니다. 당장 버리지 않고 한 계절을 저렇게 앉아서 기다린 옷들입니다. 혹시라도 "그 스웨터 어디 갔어?"라고 다시 호출이 오면 옷장으로 달려갈 태세였지만, 겨울이 다 지나갈 동안 저 옷더미를 뒤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상태가 좋은 것들은 아름다운 가게로 또 조금이라도 미안한 옷들은 재활용장으로 나가게 되겠죠. 옷을 저렇게 둔 이유를 면명하면... 게으른 제가 아직 겨울 옷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월 꽃 뉴스가 시작될 때 남편 옷장과 저의 옷장이 간절기로 완전히 바뀌면, 안 입었던 겨울 옷들을 몇 개 더 합류시켜 정리할 생각입니다.   


사실, 몇 년 동안 반복된 이런 패턴은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미니멀을 지향하지만 몹시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더 게으른 루틴을 찾아낸다면 그땐 또 확 바꿔볼 요량입니다.


이게 다냐고요? 네 이게 다예요.

별거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 욕하기 없음. 침 뱉기 금지^^










https://www.youtube.com/watch?v=-k5iFLYXmWU

아름답네요, 그녀는

스텔라 장 - 아름다워 (디깅 클럽 서울 ver.)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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