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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Oct 09. 2020

마흔, 불혹은 오지 않았다

어떤 유명 교수가 "공부 못하는 대통령"이라 글 쓴 것을 보았다.

    “전 과목에서 낙제점수를 받는 학생과 아주 비슷하며, 앞으로도 개선될 희망이 없다. 그래서 무섭다”


...  나 역시 무서웠다.   

전 과목에서 낙제점수를 받는 학생. 계속 낙제 점수를 받을 것 같은 학생... 에게서 희망을 지워버리는 선생. 선생이라는 자리를 꿰찬 그 선생.


*   *   *   *


마흔이 되면 갈팡질팡 우왕좌왕 놀라고 당황하는 일이 적어질 줄 알았다.

그 "불혹"이라는 것이 무슨 몸속의  생체시계 타이머 같은 것이어서, 무차별적으로 솟아난 흰머리처럼 자동장착템인 줄 알았던 거다. 대충 아는 건, 결국 모른단 소리- 네이버 두산백과사전에 잠깐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다. 공자가 평생을 '존나게' 노력해서 된 거- 뜻을 세우고 20년을 파고파고 그러고 나니 '불혹'이었더란다. 되는 대로... 그냥 사는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난 글렀다.



내가 마흔이 넘으니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본새 오래 공부해서 교수가 이도 있고, 어렵사리 고시를 패스한 친구도 있다. 마흔이 넘으니 동굴에서 나온 그런 친구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한다. 미뤄뒀던, 청춘의 왁자한 즐거움을 나누자 한다. 하여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알게 된다.  '대가 없는 일은 없구나.'  가난한 청춘의 혼란과 쓸데없는 연애의  체력소모조차 인생의 근육이다.  일시불로 환불받으려 했던 허울 좋은 결혼의 짧고 씁쓸한 엔딩은... 법률전문가 친구가 가져갔다.  



어쩌다 보니 교수나, 고시 출신 전문가들을 만나고 접할 기회가 많았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 자기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연구하고 노력했다는 이들. 누구나 지인이나 가족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묻고 싶다. 당신이 보기에, 그들이 어떤가? 궁극의 공부는 결국 끝에서 서로 만난다고는 하지만...  한국식 공부! 특히 교수가 되거나 고시에 패스하기 위해 평범한 인생을 십 년씩 유예시켜버리는 그런 공부는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 미숙한 헛똑똑이를 만들지 않던가.  



한국 사회에서 소위 공부 잘한, 똑똑한 사람들의 미숙함이 소음을 넘어 공해가 되고 있다. 미숙함이 특권의식과 결합하면 어이없이 뻔뻔한 말들이 창피함도 없이 입 밖으로 뱉어진다. -국가고시를 안 보겠다고 했다가 다시 볼 거니까, 시험 일정을 내놔라, 같은-



*   *   *   *  



예순을 넘긴 교수님이 요트에 홀린다. 그가 평생 공부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60년 사신 분도 요트에 마음이 흔들려서 가족이고 세상 눈치고 다 팽개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불혹? 그런 게 요즘 필요한 것일까? 원하지 않는 이에게,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란 건 아예 세상에 없는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 "살아보니 그래도 결과가 눈에 보이는 공부뿐이더라"는 부모님의 얘기는, 진리였다. 그러니, 제일 쉬운 공부로 십수 년을 유예시킨 이들에겐... 그만큼 인생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생충 박사님의 기생충 말고 다른 얘기는, 그냥 택시 기사님의 원치 않는 정치 강연이나 다름없다. 더 되새기진 말자.





 



공부 못하는 조카가 공부를 해야하나,라고 물어왔다.  어려운 질문에 또 마음이 휘청~ 흔들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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