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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Nov 13. 2021

공감 대화

지난주 교수님과의 면담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남겨 보려 합니다.

개인적 해석에 따른 선택적 기억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때 받은 인사이트가 워낙 강해 글로 남깁니다.


선생님, 공감대화를 왜 해야 하나요?

아니, 왜 공감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아이가 크다 보니, 어릴 때 챙겨줘야 하는 보육에서 점차 학습적인 부분이 늘어나더라고요. 엄마로서 챙겨줘야 할 부분이 늘어난 만큼 해야 할 이야기도 다양해졌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가 벗어 놓은 뒤집어진 신발에서부터 내일 학교에 가져가야 할 숙제, 책상 위 정리, 샤워 후 뒷정리, 동생과 다툰 일까지..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했던 아기 시절은 차라리 쉬웠던 것 같아요. 아이 스스로 해내는 과정에 확인하고, 해낼 수 있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해야 할 공부도 많아지다 보니, 공부 문제도 생겼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와 관계에서 공감적 대화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야 할 일에 대한 안내가 엄마의 일방적인 잔소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감대화는 수단적인 성격인가요? 아니면, 목적인 가요?

-(생각에 잠겼어요)


아이가 학습을 잘하기 위한, 대화를 생각하시는가요? 비약일 수도 있으나,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공부 점수가 잘 나오길 바라시면서, 공감대화를 하시려고 하나요?

-(감정이 동요되었어요)


선생님께서는 공부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공부가 앞서 말씀하신 대로 공부 점수가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상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정답도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그 상황에 맞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한 할 수 있다는 자신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공부를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적응할 수 있는 아이이길 바랍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다른 아이와도 만난다고 하셨는데, 그 아이와 처음 만날 때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네, 저는 아이들과 서로 지켜야 할 약속, 배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함께 생활하다가 일어날 상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이야기하는 "울타리"약속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아이들끼리 갈등 상황이 생기면, 아이와 개인적으로 만나 그 일에 대한 영향력과 해결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공감 대화와 지금 제가 말하는 대화의 초점이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여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도 많기도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관련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네,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네, 아이들이 깊이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겨워하기도 하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 요즘 아이들의 충동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네요. 이렇게 아이들의 충동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른들도 순간순간 일어나는 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왜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울까요?

-아마도 충동적인 상황에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숙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는 시간...


아, 앞서 말했던 제가 말하는 초점과 선생님의 초점이 다르다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아이들과 선생님.. 어른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 그렇습니다. 완전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은 인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을까요?

-아,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해도 괜찮아. 틀리면 다시 해볼까!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사실,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 해주는 이야기네요.


네,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계셨군요. 우리 인간은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런 너도 존중받아야 하고, 그런 나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완벽하지 않아요. 그러니, 선생님이 모든 것 잘해야 하고, 마치 100점 선생님, 100점 엄마가 아닌 것에 힘들어하실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요. 선생님에게 완벽하라고, 왜 선생님은 완벽하지 않냐고 되묻는 사람이 문제인 거예요. 이런 인식은 아주 중요합니다. 아이를 바라볼 때도 말이죠.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시작하시나요? 해야 해서요? 완벽하지 않은 나이지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이 주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 숙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시나요? 이렇게 생각하는 방법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수준에서 계속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충동적인 아이들!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존중받아야 해요.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일에 스스로 탐색하고, 성찰하는 아이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부는 부모, 교사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진행해왔죠. 어른이 되어서 어떤가요? 지금 선생님께서는 공부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다른 분들은 공부를 하고 있을까요?


다시 제일 처음으로 가봅시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감대화는 무엇이고,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대화를 필요에 의해서, 다음 과정을 잘 이끌기 위해 수단적인 성격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교수님과의 면담으로, 제가 생각하게 된 공감대화는 서로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며, 순간순간을 관찰하며 얻은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인 저도, 함께 대화 나누는 아이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그 과정은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너무 소중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로 축복임을 느꼈습니다. 공감대화로 편안하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공감 대화에 대한 저만의 정의가 세워진 것이 너무 신기하고, 마음이 벅찹니다.

처음에는 잘하고 있는 나에게 교수님이 왜 자꾸 잘못했다고 하시는 것 같지? 하며, 반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제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며,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저에게 생각하는 지도를 해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네, 선생님께서 제가 말씀한 부분을 잘 따라와 주신 점이 우리가 오늘 대화를 나눈 이유가 되겠지요.

앞으로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시면서, 선생님만의 생각과 사유를 통한 연구를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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