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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Jan 04. 2022

동료와의 만남이 그토록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료와의 만남이 그토록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3월 학생들을 맞이하기 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2월의 동학년 선생님이다. 새 학년을 준비하기 위해, 동료들이 첫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동학년 선생님의 성향과 역량, 말, 행동 등을 며칠 사이에 직접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 년을 함께 할 동료들의 향기가 어렴풋하게 전해지는 시간이지만, 나는 설렘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 자신의 모습을 동료들에게 보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2021년 동학년으로 만난 3분의 동료들은 "천리향"처럼 그 향이 진하고, 영혼의 힘이 센 분들이었다.

첫날의 설렘은 1년이 지난 요즘에는 포근함과 사랑스러움으로 감정의 모습도 성장했다.


2월 우리 동학년이 전해받은 학생 명단의 남녀 성비는 18+9로 모든 반이 남학생이 여학생의 2 배거나 그 이상이기도 했다. 다른 학년에 비해 전체 학생 수도 많은 편이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들의 대처는? 어떤 방향과 초점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너무도 놀랍게도 우리와 아이들의 내일 시간을 긍정의 방향으로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3월을 맞이했다. 3월 말에는 2주간 급격하게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드라이브 쓰루로 교과서와 준비물을 배부할 만큼 급작스럽게 진행된 원격수업에 대처하는 우리 동학년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서로를 제대로 알게 된 시간이 되었다. 교육과정 안내, 꾸러미 복사 및 배부, 학습 준비물 챙기기까지 어쩌면 며칠 걸릴 일을 4명이 마음을 모아 겨우 3~4시간 만에 마무리되는 상황을 우리는 함께 지켜보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다져졌다. 선배는 선배다운 모습으로, 후배는 후배다운 모습으로. 거침없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동료와의 협의와 자신의 선택으로 행하는 일은 자발성과 진정성으로 우리 학년을 이끄는 힘이 된 것이다.


4월부터는 학교 주변에 있는 해반천을 탐사하는 "동네 한 바퀴" 활동도 진행되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거리두기와 안전 약속을 지키며, 아이들의 탐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라 성장의 계단에 오를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함께 애썼다. 잔잔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도록 애쓰는 우리 부장님의 교육 철학이 묻어나 나도 후배 동료들도 함께 하는 기쁨이 있었다.


5월에는 학년 감사 프로젝트와 맞물려 "교생 실습 주간"이 진행되었다. 3월 원격 수업 준비 기간, 서로에게 보여준 우리들의 역량은 이때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퍼즐처럼 찾아내 우리 학년 실습생들을 위해 큰 그림을 맞춰나갔다. 누구라도 "나만 잘하면 돼. 이것까지 해야 해?"라는 개인의 편의만 생각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우리를 스쳐 지났다. 새내기 실습 선생님들을 향한 우리 학년 선생님들의 사랑은 참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성장, 어울림, 감사"를 핵심 키워드로 실습 교사들에게도 학교 문화를 전하고 싶었다.


2학기 실습 주간에는 노래를 준비했다. GOD의 "길"이라는 노래를 기타 연주에 맞추어 함께 불렀다. 우리는 일로써 그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니라, 즐기는 시간으로 우리 자신에게 "따뜻한 어울림"을 선물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어느덧 지난 2월을 지나, 새로운 2월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교질독(교육과정을 질문하고, 독서로 성장하는 선생님)으로 만나고 있다.

무엇을 꿈꾸는지, 누굴 위한 꿈일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 길을 천천히 자신의 속도대로 가자는 말없는 다짐이 각자에게 있다. 이 글을 써서, 밴드에 쓰고 서로에게 댓글을 전하며 우리들의 시간은 부단히 성장하고 있다.


동료가 그토록 나에게 설렘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장님을 생각하면, 따뜻함이

2반 조 00 선생님을 생각하면, 지혜로움이

나를 생각하면, 벅찬 마음이

4반 이 00 선생님을 생각하면, 멋짐이 떠오른다.


나는 그 마음들을 오롯이 나의 마음에 담아내고, 예쁘게 성장시켜 다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이제 꿈을 꾼다.

나는 나를 성장시키고,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과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시간을 보내기를...

또다시 설레는 2월이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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