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기

by 복쓰

그림책은 여러모로 고마웠다. 아이들과 한 곳을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말이 없는 아이라도 아마 그림책 한 권으로 떠오르는 마음 한 가지는 꺼내볼 수 있으리라. 그림책 읽기의 경험으로 아이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아이라도 그림책 한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로 자신의 생각에 진지하게 파고든 경험 열쇠를 가진 아이는 많지 않다. 여전히 아이들이 많이 읽는 책은 만화책이지만, 등에 상처 난 코끼리며, 한 밤에 용기를 증명해야 하는 야쿠바의 이야기로 아이들은 자신이 그림책 장면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책을 몇 번 읽어도 작가의 메시지와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기가 실제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하며, 장면 속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는 경험이 충동적인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줄여주게 되었다. 그림 속에서 충분히 생각의 근거를 찾아 말하기 때문에 말하는 과정이 심각하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림책 장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림 속 장면을 근거로 삼아 이야기하는 시간은 어쩌면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꽤 낮추어 주었다.


몸은 그림책을 마주하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그림책 장면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수시로 피어오르는 황홀감과 함께 친구들과의 우정을 진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 선물처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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