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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Feb 08. 2022

엄마 목소리

아기는 엄마에게 선택을 하게 하였다. 엄마는 이전이라면 몇 번이라도 생각한 일 없는 일을 꿰뚫고 있었다. 열이 많은 집안에 태어난 아기를 옛말에 귀 기울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었다. 울음으로 그 더위를 극복하려 했을까? 깊은 잠은커녕 자주 보채는 아기에게 엄마는 덜컥 미운 마음마저 생겨 스스로 가혹하다 여겼다. 결론적으로 아기는 얼굴에 열꽃이 피어, 태어날 때부터 하얀 얼굴은 빨간 꽃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빨간 꽃을 식히기 바빴고, 할머니는 괜찮다며 다시 열꽃을 피우기 바빴다. 그때에 찍은 사진 속 아이를 보면 지금도 엄마는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진다. 사투 같은 장면에서 왜 엄마는 스스로 목소리 내는 것에 전념하지 못하고 뒷걸음치고 있었던 걸까? 정해진 방법이 나와있어  엄마가 수월하게 해낸 공부와는 별개로, 처음 엄마가 되어 맞이한 아기 돌보기 공부는 엄마를 매 순간 선택의 기로로 몰고 갔다. 할머니가 아기를 돌봐주던 낮에는 뒷걸음치더라도, 할머니가 댁으로 돌아가고 난 밤이 되면, 오롯이 아기와 마주하는 시간에 엄마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엄마는 홀로 그 사투를 견뎌내야 했다. 물론 아빠도 있었지만, 그 상황에 해결 열쇠를 쥐는 것에는 서툰 점이 꽤 컸다.


엄마는 아이를 유심히 살폈다. 얇은 천으로 몸을 감싸되, 빈 곳을 두지 않았다. 특히 배는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서늘함이 감돌면, 아기는 혼자서 가뿐하게 잠으로 빠져들었다. 살핌의 시간이 엄마에게 많이 주어질수록, 선택의 기로에서 판단 시간은 빛의 속도를 가르며 짧아졌다. 


아이 온도를 다뤄보면서, 엄마는 육아의 큰 바다에서 스스로 헤엄칠 수 있는 베짱이 생겼다. 엄마 목소리가 필요했다. 촘촘하게 아이를 관찰한 후에 나오는 그 목소리는 꽤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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