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227쪽
나는 더 이상 전처럼 필사적으로 서둘지는 않았고, 내가 해방되리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질문과 대답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이와의 대화에서 서먹함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데, 엄마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서로에게 힘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니?"
"힘 빠지는 소리라도 나는 해볼래요."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에 머물기를 바랐다. 나는 내 기준에서 힘이 빠지고, 가족에게 서운하게 들리는 말을 애써 모른척하고 싶었다. 그래서 였을까? 아이의 말에서 도리어 서운함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가 자신의 영역을 점차 지켜 나가는 것을 연습하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엄마와의 대화에서 용기와 힘이 빠진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에게 실망을 한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말에 우선적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해석이 습관처럼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마음이 저려왔다. 양쪽 어깨는 뻐근해졌고, 두 눈에 힘도 빠졌다.
있었던 일에 대해 천천히 머물러본다. 나의 마음을, 나의 몸의 반응을 살피며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습관처럼 연결되는 자동적인 생각에서 내가 조금 더 여지를 둘 부분을 찾는다. 나를 위해서.
아이도 자라고, 엄마인 나도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와 나눈 대화에서 서로의 말투를 조금 더 상냥하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아이에게 부드러워지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편안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많이 흔들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