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감을 느낀 때는?

by 복쓰

아이의 책상 아래로 똑같은 모양의 지우개가 떨어져 있다. 자세히 보면,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지우개, 가운데 구멍이 뚫린 지우개, '지우개' 글자가 사라진 지우개까지 각양각색의 지우개가 교실 바닥을 점령하고 있다. 점령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다른 아이의 시선을 모조리 앗아가, 수업시간에 멈춤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우개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행일 수 있다. 문제는 빨간색 연필이다. 마치 바퀴가 달린 듯 연필이 곳곳을 누비며 바닥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빨간색이다. 지우개와 빨간 연필의 주인은 바로 보석이!


이 교실에는 주문같이 외우는 말이 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석이도 주변의 아이들도 이 주문을 외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우개를 주워 보석이 책상에 놓아주는 아이의 표정 속에도, 책상 서너 개를 거쳐 여전히 구르고 있는 연필을 줍는 또 다른 아이의 손길에 서툼이 없다. 아이들의 표정과 손길로 보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 효과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보석이는 그 교실에서 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선생님을 만난다. 정리를 공부의 시작으로 여기고 있는 선생님은 떨어진 지우개와 연필을 보면서 화가 잔뜩 나고, 금세 초보운전자가 되고 만다. 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서툴고, 서툰 만큼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화를 조절하는 것에 미숙하다는 것도 최근에 알아차렸다. 선생님은 화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초보운전자이다.


선생님은 그날도 보석이를 불렀다. 시간과 노력 주문을 100번도 더 말한 날이었지만, 보석이는 떨어진 종이를 본체만체하고 있었다. 보석아~ 보석아! 보! 석! 아! 같은 이름을 서너 가지 다른 노래로 부르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그 선생님은 또다시 화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보석이를 마주한 선생님!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보석이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보석이가 예쁜 눈으로 바라본다. 그 선생님 눈만 못났다. 초보운전자 선생님은 쳐다볼 데가 마땅치 않아, 책상 모퉁이에 놓여있는 활동지를 보는 척하며, 아이에게 묻는다. 새 학년이 되면 어떨까를 묻는 활동지..


"내년에 새 학년 올라가서, 선생님 안 보면 어떨까?"

"저는 일 년만 더 여기 있을게요."


초보운전자 선생님은 보석이에게 점령당했다. 그 아이의 마음에.. 선생님은 억누를 수 없는 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억누를 수 없는 공감을 보석이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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