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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Mar 03. 2022

3월 2일

변함없이 찾아온 3월 2일은 학교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기대와 함께 격렬한 감정을 겪도록 한다. 처음이라는 낯 섬에 대해 무던한 척 넘어서기도 하지만, 살벌한 공기 속에 놓인 본 적 없는 친구들의 무표정한 얼굴은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끝자락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속한 교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서면, 비로소 주섬주섬 갈아 신은 실내화의 쏘는 듯한 고무 냄새와 팽팽한 새 신발의 촉감이 발끝에 버티는 힘을 더 요구한다.

칠판에 적힌 글자가 화살을 쏘듯 재빠르게 날아온다.


"우리 반이라서 고마워! 사랑해!"


발끝에 움츠리고 있던 힘은 맥없이 풀리고, 의자에 털썩 앉으며 살벌한 공기는 별일 없는 거네 하며 안도감이 도는 공기로 바뀐다. 비로소 숨을 내쉴 수 있게 된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칠판에 글을 써붙인 선생님은 고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감각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두 눈으로 옮겨간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쯤이나 가려진 표정이지만, 눈으로 전하는 선생님의 에너지를 느끼며, 첫날의 무거웠던 구름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에 담긴 장면은 자기소개 활동지 하나라도 칠판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소중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두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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