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있고 저녁에는 저녁의 이야기

by 복쓰

그동안 나를 모르고 살았다. 괜찮은 줄 알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매번 이게 아닌데 하며 흘려보낸 시간이 까마득하다. 흘러가는 대로 좋을 거라고, 나에게는 좋은 일만 찾아들 거라는 예언은 언제나 "예언"으로 존재했다. 그것에 대한 명백한 단서는 마음의 동심원을 타고 든 이야기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것이다. 예언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잘되기를 두 손 모아 빌었던 시간은 예언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엎치락뒤치락거렸다. 집 밖에서 헤매던 마음은 참고 참았다가, 집에 오면 무장해제되었다. 가족에게 짜증과 비난을 쉽게 꺼내었고, 다시 아침이 찾아들면 차분함으로 마음에 포장을 해나갔다.


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저녁에 여유를 가지면서 보게 된 것이다. 나에게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멈춘 시간은 나를 들여다볼 것을 안내해줬고, 나는 조용히 그 요청에 응했다. 저녁을 보내는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피곤하다며 평편한 바닥을 찾아 등을 붙이기 쉬웠던 몸의 상태는 저녁 나름의 삶을 꾸려나가는데 익숙함을 찾아간 것이다.


저녁에 글을 쓴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 할 일을 찾아 해낸다. 저녁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자기 전까지 꾸려나가는 시간은 저녁의 이야기를 펼칠 자신감마저 건네준다.


나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있었고 저녁에는 저녁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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