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나 책임을 느끼는 미소가 있나요?
모래의 여자
175쪽
그렇다고 그 미소에 내가 의무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나의 질문과 대답
의무나 책임을 느끼는 미소가 있나요?
아이가 웃어요.
너무 해맑아서 나도 함께 웃지요.
책임이라기보다는 자동 반응이에요.
그렇게 잘 웃던 반달눈 아이가
이제는 웃지 않는 날이 많아졌어요.
불안함도 엄마에게 슬그머니 찾아와요.
아이가 잘 안 웃는 모습이 꼭 엄마의 부족함일 거라는
추측이 앞섰거든요.
아이를 웃기려고 슬금슬금 다가가서 간지럼을 태워요.
아이가 잠깐 웃어요.
이번에는 진짜 큰 걱정이 엄마 마음에 눌러앉아요.
"요즘 안 좋은 일 있니?"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아니라고 해요.
아이의 표정에 실린 엄마의 책임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요. 엄마 자신에게 요.
순간 알아차려요.
손가락의 생김새도 열개가 모두 다른데, 나는 왜 아이의 표정을 미소로만 보려고 했을까요?
아이도 슬플 수도, 화가 날 수도 있지요.
왜 좋은 마음만 고집하며, 엄마는 책임감을 짊어지려 할까요?
아이의 표정도 손가락 수만큼 다를 수 있지요.
아이 미소에 책임을 지우지 말아요.
독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