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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적인 의식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죄와 벌 2

by 복쓰

188쪽

아마 이 경우 제일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가난한 사람 특유의 자존심이었을 텐데, 그런 것 때문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의무적인 어떤 사회적인 의식을 치러야 할 경우 많은 가난뱅이들이 오직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남들한테 '손가락질당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고 애써 모아 놓은 마지막 한 닢까지 다 써 버리지 않는가.


나의 질문과 대답

의무적인 의식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은 의무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는다. 대대로 시간을 타고 내려온 의식은 수단과 도구가 되어 의무적인 질서에 나의 행동과 말을 부합하라며 강요한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여겼다. 자신의 희생이 다소 있더라도 그것이 의무이고, 필연적인 것이라 여기며 잠자코 있었다.


나에게 있어 의무적인 의식에 해당되는 것은 바로 내 생각을 꺼내는 일이었다. 여자라서, 딸이라서, 둘째라서, 엄마라서, 며느리라서, 선생님이라서, 부하라서, 아내라서.. 수많은 역할 속에 갇혀 조용히 해야 했다. 나의 목소리는 침묵을 선택해야 했다. 그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내 생각과 감정을 꺼내고 싶을 때, 침묵이 습관이 되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말하는 것이 어려웠고, 두려웠다.


'그것밖에 못하니?'

'그게 최선이야?'


겨우 꺼낸 목소리조차 칼날 같은 평가에 짓눌려 있을 곳도 찾지 못했다.


나는 나 자신의 목소리 주인이 아니었다. 주눅 들었고,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것이 좋은 의식이라고 여기며 조용히 살았다. 꽤 답답했다.


말을 잘할 것 같지만, 말을 잘 못했다. 답답했고, 나 자신에게 놀랐다. 순간적인 일일 줄 알았는데, 침묵은 내 삶에 독버섯처럼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흔들렸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철수와 후퇴를 거듭했다.


침묵하기 싫은 때가 왔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를 위해 목소리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제가요?"


필요한 순간에 나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꺼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단단하고, 절실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의무적인 의식은 철저하게 검토되고, 점검해서 사용해야 할 완성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나의 목소리는 수단과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서 힘을 얻은 채 성장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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