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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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사람이 아프면, 눈이 커지면서 표정이 풍부해진다. 로자 아줌마의 눈은 점점 커져서 이제는, 이유도 모른 채 매를 맞으면서 자기를 때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개의 눈 같아졌다.
나의 질문과 대답
아픈 사람이 있었나요?
어린 시절부터 같은 방을 썼던 친구가 내가 대학생이 되던 해에 아팠다. 그녀의 눈은 점점 커졌고, 작은 일에도 큰 표정을 짓긴 했다. 그것이 오히려 무겁게 느껴져서 모른 척을 하기 일쑤였다. 나를 바라보았던 커다란 눈이 지금도 떠오른다. 대학교 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밤늦게 집에 도착해도 그 친구는 말없이 나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그녀가 알아듣지도 모를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럴 때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는 눈동자를 크게 뜨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전화가 울렸다. 대학교에 있는 오전 시간,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필히 특별함이 있는 법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나와 같은 방을 썼던 친구는 바로 우리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다소 거친 숨을 쉬긴 했지만, 어젯밤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오전, 강의실에서 들은 할머니의 소식은 세상을 멈춤으로 만들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 집으로 가는 길은 세상 무엇보다도 느렸다. 멈춘 것 같이 느꼈으니까. 흐르는 눈물을 멈추고 싶은데, 버스만 멈춘 듯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흐르는 눈물을 숨길 수도 없었다. 목까지 차오른 슬픔을 끝까지 참으면서, 멈춘 시간을 원망했다. 그리고 내 친구 할머니를 원망했다. 오랫동안 같은 방을 쓰면서, 배가 아플 때마다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밤새 배를 문질러 주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나한테 말없이 하늘로 가버린 것이다. 둘째로 태어난 내가 딸이라서, 미웠다는 말을 습관처럼 그녀가 했다. 그 말을 하는 할머니를 낮에는 툴툴거리며 대했다. 밤만 되면 친구가 되어,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도 말이다.
글을 쓰면서 눈물이 밀려 올라온다. 우리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후회와 함께 밀려든다. 나의 아이들은 블록으로 시간이 멈춘 듯 신나게 놀고 있다. 두아이의 엄마이자, 하늘에 계신 우리 할머니의 둘째 손녀인, 나는 시간이 멈춘 듯 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눈물이 흘러내릴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