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즐거워서 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남아 있는 나날

by 복쓰

109쪽

"실로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내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해 꽤 즐거운 경험입니다. 보시다시피 그저 운전이 즐거워서 하고 있을 뿐이오."


나의 질문

그저 즐거워서 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감정의 정체에 대해서도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실망하고,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은 언제나 며칠 사이를 비집고 찾아왔으니, 눈길을 더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내가 가진 무수히 많은 역할 이름은 현재의 눈길을 흐리게 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 일 때문에, 집에 있는 아이들의 알 수 없는 아우성을 모른척해도 어쩔 수 없지를 외쳤다. 그냥 알아주겠지 하며, 막연한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휩쓸리고 싶은 않다는 마음은 강한데, 무엇에 대해 그러한가는 시간이 꽤 지나도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뭔가 끌려다니듯 시간을 지나친 것 같다. 살기 위해 머물렀는지, 그냥 머물다 보니 살게 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은 다시 소용돌이친다. 기대를 거는 일은 많아졌고, 실망을 감당해 내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머무는 것이 오히려 넘나드는 파도처럼 위태로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다 공부가 시작되었다. 정서에 대한 공부는 나를 점차 관찰자로 만들고 있고, 에너지를 분배하며 삶을 살아가도록 지식을 더해주기도 했다.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도 함께 찾아들었다.


삶이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고, 순간의 일은 배움의 연필 끝으로 다가와 무언가 전해주기도 했다.

호수처럼 눈과 마음과 손이 변해갔다. 급하게 변한 것 같지만, 이것도 계절은 4번이나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다. 어디가 꼬였는지, 순간에 머물며 탐색을 해나갔다.


생각이 분명해지고, 생각을 확장시켜 가는 과정이 즐겁다.

그저 즐거운 일이다.

혼란스러움은 마음에 차분함으로 다가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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