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322쪽
"품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요?"
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솔직히 말해 꽤나 당혹스러웠다.
내가 말했다.
"몇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겠지만.. 결국 사람이 궁중 앞에서 옷을 벗지 않는 것으로 귀착된다고 봅니다."
"죄송하지만 뭐 말씀인가요?"
"품위 말입니다, 박사님."
"아하"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의 질문과 대답
지금까지 당혹스러웠던 질문이 있었나요?
지금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져요. 샘 어때요?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던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분께 배우는 중이라, 제자라는 위치에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온몸의 감각이 순간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해졌습니다.
대화가 갑작스레 단절되면, 저는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리고는 기억 어디에도 없는 말을 공기 중에서 무작정 주워와 꺼내놓는 편이기도 했어요.
대화에 빈틈이 생기면, 내 탓인 듯 느꼈어요. 나 자신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부푼 풍선처럼 들떠 과장된 말을 하기 일쑤였어요. 공기 중에서 끌어다 사용한 말이 이번에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선생님을 지루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습니다.
상대방의 솔직한 마음이 드러난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고, 화가 났습니다.
떨리기도 했고, 그럴수록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어렵게 용기 내어 말했습니다.
"제가 지루하다는 말을 듣으니, 솔직히 당황스럽고 화도 납니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는 이제야 편안한 미소를 보이시며,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관계 속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을 꺼냈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해졌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감정을 해석하는 저의 방식이 보였습니다.
나는 상대방의 지루함마저 나의 탓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알아차리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을 우선하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더 신경을 써왔던 것입니다.
그런 나에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차립니다.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이죠. 그것이 나를 수용하고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압니다.
나 자신이 겪은 경험을 마주하고, 그것을 해석하며 의미를 구성해 나갑니다.
나의 경험은 배움의 순간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 경험이 어떠한 형태이든 나는 나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예전보다 편안해졌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지루하다고요? 잠시만요. 저도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 왜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는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어떤 대화가 필요한지도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 더 시간을 가져볼까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