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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을 잡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저 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럴 자격이 없어. 저렇게도 당당한 거동, 저런 위엄을 보면 저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단 한 사람도 없어.
나의 질문과 대답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자격이라는 단어 앞에서 얼마나 서성였을까요? 삶에서 정성을 다해 담아낸 자격도 항상 모자라다고 여겼습니다. 기준 앞에서 작은 나를 만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기도 했고요.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면서 자격에 대한 열망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나 스스로를 위한 삶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자격"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사실 모든 기준이 쫓아간다고 나를 당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쫓기만 했고, 쫓으려고 온갖 힘을 다한 삶이었습니다, 질문을 품기 전까지.
어느 날 "얼음 요새"라는 노래를 듣고, 질문을 품으면서 나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얼음 요새" 노래 가사의 일부)
... 그렇게 겨울을 걸었지 겨울 가운데 네가 있었고 용길 내어 네게 다가갔어 넌 아름답고 잔인했지....
"겨울 가운데 네가 있다고?, 그럼, 나는 어디에 있는데?"
노래를 듣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를 향해 질문하는 시간은 삶에서 아름답고, 잔인한 시간을 치열하게 보낸 나를 찾아내게 했습니다. 차가운 인생의 장면에서 우두커니 서성이를 나를 더 이상 그렇게 두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달려가던 삶의 속도는 조금씩 늦춰졌습니다.
저는 오늘도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고, 대답을 글로 씁니다.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 쏟아지고, 어느새 나의 질문은 삶을 성장시키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내 삶의 자격이 아름답고 세심하게 채워집니다.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놓인 나를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나의 기준으로 담아내는 이 시간이 고맙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