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노인과 바다
118쪽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그가 말했다.
하지만 뭣으로 사지? 그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잃어버린 작살과 부러진 칼과 부상당한 이 손으로 그걸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넌 바다에서 여든 날 하고도 나흘로 그것을 사려고 했어. 상대방도 네게 그걸 거의 팔아 줄 듯했잖아." 그가 말했다.
나의 질문과 대답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여든 하고도 나흘! 어쩌면 노인에겐 실패한 날이 친숙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노인은 어부로서 가져야 할 눈빛, 손놀림, 시간을 지켜내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움직인다.
오랫동안 질문한다. 노인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자신에게 질문하고 사유를 이어간다. 실패의 시간은 견뎌야 할 굴곡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빛나는 침묵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노인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노인을 바라보며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고, 실패는 오히려 빛나는 순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우두커니 침묵에 머무는 노인에게 실패를 대하는 끈기를 배웠고, 쉴 틈 없이 격동적으로 상어를 대하는 노인에게서 자신과 소중한 무엇을 지켜내는 연민을 느꼈다.
바다에서 노인이 잡아낸 고기의 무게가 상어의 공격으로 가벼워질수록 나의 속상함은 후련함이 되었다. 오랜 기간 마주한 나의 사유는 집착의 혼란을 잠재워주기도 하였다. 또한 매번 성공이라는 화려한 결과를 기대했던 나에게, 보이지 않을 뿐 시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담담한 눈빛을 가지도록 했다.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실패로 얻은 경험의 무게로, 비싼 대가를 지불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성공이 아닌 것에서 확보한 고요는 그 어느 것보다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
지금 겪는 전쟁 같은 일을 누구라도 헤쳐가고 있으니, 너도 너만의 방식으로 침착하게 지나가 보라는 말이 <노인과 바다>를 완독 한 지금 마음 곁에 남아있다. 어쩌면 이 말이 행운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