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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Nov 13. 2023

나의 말하기는 교양 있는가?

위대한 유산 1

27쪽

내가 질문을 좀 했기로서니, 자기가 나한테 거짓말만 자꾸 해주게 될 거라는 식으로 말하다니, 그건 어느 모로 보나 자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교양 없는 언사 같았다. 하지만 누나는 결코 교양 있게 말하는 적이 없었다. 손님이 있을 때는 빼고 말이다.


나의 질문과 대답

나의 말하기는 교양 있는가?


저녁시간 엄마의 눈초리는 다급해집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몇 시간이나 지났음에도 아이가 해내지 못한 숙제는 엄마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10시 전에는 잠을 자야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저녁시간이 되면 주문처럼 외우는 중이거든요.

10시가 가까워질수록 엄마의 목소리는 급해지고, 선택하는 단어의 폭도 좁아집니다. 늘 사용하던 단어는 박자와 흐름에 어떤 변화를 주지 못한 채, 어제와 같은 내용을 훨씬 빠른 속도로 아이의 귓속으로 내보냅니다. 엄마의 화난 마음까지 실린 말이라서 아이 귀와 마음에 도착했을 때는 대포 같은 무게가 됩니다. 그때 아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들여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 육중한 잔소리 대포를 피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 합니다. 엄마의 첫 번째 잔소리로 겨우 하고 있는 숙제가 있는데, 다음 차례 잔소리를 내보내는 엄마가 때로는 미워지기도 합니다.


엄마는 똑같은 단어를 속도만 빠르게 더해 만든 자신의 잔소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잔소리를 구성하는 말이 적절한가?

아이를 존중 하고 배려를 갖춘 언어인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어휘로 표현했는가?

아이를 비난하지는 않았는가?

엄마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고, 아이의 이해를 돕는 언어였는가?


아이 숙제를 재촉하는 것만큼 교양을 갖춘 엄마의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4~5가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기도 하고요.

오히려 엄마의 말하기가 필요한 순간에 멈춤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교양 있는 말하기보다 아이의 상황을 인내심을 더해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거든요. 아이가 엄마에게 부탁한 바도 이와 비슷하고요.

교양 있게 말하기 이전에 아이의 상황을 기다려보는 역량이 지금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자기 마음을 지켜보며 안도의 숨을 내보냅니다. 아이가 스스로 잘 해내주길.. 하는 마음을 담아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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