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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Jan 31. 2024

다가가 보면 달랐던 경험이 있나요?

설국

113쪽

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그의 방 다다미 위에는 거의 날마다 죽어 가는 벌레들이 있었다. 날개가 단단한 벌레는 한번 뒤집히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벌은 조금 걷다가 넘어지고 다시 걷다가 쓰러졌다. 계절이 바뀌듯 자연도 스러지고 마는 조용한 죽음이었으나, 다가가 보면 다리나 촉각을 떨며 몸무림 치고 있었다. 이들의 조촐한 죽음의 장소로서 다다미 여덟 장 크기의 방은 지나치게 넓었다.


나의 질문과 대답

다가가 보면 달랐던 경험이 있나요?


복도 끝을 무표정하게 지나다니는 어떤 후배가 있었다. 무슨 일인지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기껏 마주친 상황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얼굴에  모조리 끌어올린 듯 화난 표정 같기도 했다. 걸음걸이도 비뚤거리며 걷는터라 그 후배의 전체적인 인상은 어떤 말을 전해보지 않아도 가까이 두기 어려운 경우였다.

그러다 그 후배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사무실에 함께 앉아있게 되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해맑은 얼굴에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커피콩을 직접 볶아, 커피를 내려 먹는다는 이야기에 함께 있던 우리도 맛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도 따뜻한 미소를 떠나보내질 않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바로 뒷날 커피를 직접 내려 선배 몇몇에게 향이 짙은 커피를 대접해 줬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모두 알았다는 자만을 했던 어리석은 생각은 커피 향과 함께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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