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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Oct 29. 2021

교생 선생님

교생 선생님을 만났다.

교실에 찾아온 교생 선생님 두 분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밝은 분위기를 내어 주시는 분들이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주 오랜 나의 교생 시절도 떠오른다.

과학 수업이었는데, 흙의 기울기에 따라, 물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짐을 알아보는 주제 수업이었다. 20분은 교실에서 활동하고, 20분은 운동장으로 나가서 수업을 했는데.. 그 당시 수업 중간에 장소를 바꾸며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준비물을 챙겨간 나는 꽤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교생 선생님과 지도 선생님의 수업 이야기는 오후 3시 20분부터 시작된다. 오늘 교생 선생님이 진행했던 수업에 대한 소감과 궁금한 점, 아쉬운 점 등을 이야기하고, 내일 해야 할 수업 디자인, 챙겨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챙기다 보면 2~3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저녁시간이 넘어서도 불이 켜진 학교의 모습을 보고, 다음 날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학교에서 도대체 뭐하시는 거예요?"


학교 앞에 있는 가게에서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그 일이 마치기를 기다리며 우리 반 교실에 저녁마다 불이 켜진 모습을 며칠 째 보았다고 한다.


"응, 그 시간에는 마법 같은 일이 생겨나지."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도대체 선생들이 무엇하느라 저녁 늦도록 집에 안 가시는지 꽤 궁금해한다.

교생 선생님들에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은 무엇일까? 대답을 해놓고도 생각에 잠긴다. 나에게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은 또 무엇일까?


오늘은 우리 반 교생 선생님들의 2번째 공개수업이 끝난 날이다. 수업에서 비밀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첫날 만나서, 수업에 대해, 그 수업의 주인공인 아이들에 대해,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화려한 활동, 재미있는 활동, 겉으로 보기에 대단해 보이는 활동은 빼자고 바로 말했다.

대신에 수업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경험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성장을 키워나가는 수업'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이야기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배움 주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서로의 경험을 꺼내는 시간, 아하~하는 순간이 일어나는 탐구의 시간, 함께 배워서 고마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교사는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공부가 우선되어야 함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공감했다.


두 분 선생님과 1주 차에는 교사의 말하기, 학생의 말하기를 위주로 수업을 채우는 작은 단위인,  수업대화에 대해 노력하기로 했다. 초점을 맞추고 보니,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말의 습관이 드러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혹시~"라는 단어를 문장마다 사용했고, "자~,"하는 말의 리듬이 매번 반복되어, 듣는 사람이 다소 지루 해질 수 있음을 서로의 말속에서 발견했다.


수업은 무엇일까?

선생님은 누구일까? 누구여야 할까?

아이들은 누구일까?


수업과 음악을 연결해서 의미를 생각해본다.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보가 필요하다. 악보에서 작은 마디는 수업에서는 5분 이내로 이루어지는 작은 단위의 수업 대화와 같다. 작은 마디로 이루어진 수업 대화가 교사와 아이들의 충실한 반응으로 구성되면, 수업도 악보에서 한마디처럼 촘촘하게 채워진다. 촘촘함 마디가 모여, 한 곡의 어우러지는 곡이 완성된다. 수업도 5분이라는 수업대화가 모여, 1차시의 의미 있는 수업으로 어우러진다.

수업은 대화로 이루어진다. 아이들의 생각을 확인하고, 정교화시키며, 연결, 확장을 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구성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해당된다.


선생님은 어떻게 말하시나요?

선생님은 어떻게 들으시나요?

선생님은 무엇을 읽으시나요?

선생님은 무엇을 쓰시나요?


이 네 가지 질문에 확고한 자신의 대답을 찾고, 아이들에게도 도움과 안내를 할 수 있는 교생 실습 기간이 되길 바란다.

나 역시도 이 기간에 나의 성장을 찾고, 선생님들을 돕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함께 해나갈 마음과 생각이다.

이것 또한 내가 감사히 보내고 있는 시간이다.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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