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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Oct 29. 2021

나에게 보내는 선물

나는 재빠르게 볼펜을 거머쥐며 종이에 잘 짜인 글자들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생각이 떠오르기까지 일 초나 이 초, 혹은 그보다 짧은 순간 나는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는 무엇을 잡는다. 그것은 무언가 솟구치면서 피어오른 따뜻한 몽글함이 아이들과 함께할 대화시간을 한껏 채워주는 느낌이기도 했다. 아마도 십여 년을 아이들과 함께 지내왔던 시간들이 더해져서였을까. 그것은 바로 처음 아이들 앞에 서서 부들부들 떨며, 수업에서 한 가지라도 실수해도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수업을 대했던 나, 아니 그보다 실수하면 나 자신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 또한 나의 두려움과 망설임, 당황스러움을 한 번의 깊은 호흡으로 말끔히 지우고 나를 최고로 여기며, 나에게 정답게 대하는 미래의 내가 보내온 선물처럼 아름다운 말들이었다.


"실수해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 이미 너는 충분해. 잘해왔고. 더 잘하길 바래도 괜찮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주려는 너니까."


"나에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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