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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Oct 30. 2021

선물 같은 엄마에게



지금 마음이 어떤가요? 지금  있는 그곳이  괜찮나요? 


어떤 일이 힘들게 느껴지나요? 

힘든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이 마음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요.


오늘 아침 큰아이와 학교에 제출해야 할 숙제를 가지고 서로 견디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제 마무리하기로 엄마와 약속한 숙제를 다 못하고, 잠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도 어제는 낮동안의 일이 많아, 아이보다 일찍 잤어요. 너무 피곤했던 터라, 엄마는 잠드는 줄도 모르고 잤어요.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고, 살펴보니, 아이의 공책이 비어있었어요.


아이가 오늘 제출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니, 엄마는 책상 위 빈 공책을 보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어요. 잠에서 막 깨어난 아이를 책상 앞으로 불러왔지요. 잠결에, 엉거주춤 서있으면서 숙제를 해내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의 마음은 조금씩 아니, 그전부터 일렁이고 있었어요. 엄마의 마음이 일렁이는 그때 깨어난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 화장실을 가고 싶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작은아이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침해가 이미 떠있고, 어둡지도 않은 이 시간에 무섭다고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울기 시작하는 작은 아이의 말이 엄마 귀에, 정확하게는 엄마 마음속까지 들어올 틈이 없었어요. 엄마의 마음은 이미 숙제를 안 하고 잠을 잔 큰아이에 대한 화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아이 공책에 글자가 채워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을 때, 작은아이가 엄마품이 그리워 화장실에 같이 가자는 것으로, 그 속마음을 알았지만, 아직까지 눈앞에 놓인 큰아이의 반이나 비어있는 공책과 쉬고 있는 큰아이의 손을 보면서 또다시 엄마 마음은 일렁임과 함께 화남으로 채워져 작은 아이에게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도 못했어요.


엄마도 일을 나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 갔어요. 초시계 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은 덜컹덜컹 댔어요. 5분 후, 아이의 빈 공책은 해야 할 분량만큼 채워졌어요. 작은아이도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긴 했어요.


단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흔들렸던 엄마 마음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속상함, 화남, 복잡함, 당황스러움.. 여러 가지 불편한 마음들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어요. 이 마음들은 엄마를 마구 뒤흔들어 해야 할 일도 잊게 만들어요. 마음이 불편해지면, 생각과 몸이 멈춰 버려요.


어떻게 하면 이 마음들을 다시 편안한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엄마는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강물 속에 들어가 있어요. 흘러오는 강물 속에 있다 보면, 자꾸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느끼죠. 마음이 불편해졌거든요. 어떤 것들이 자신을 괴롭히는지, 속상하게 하는지 바로 알아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엄마는 지켜봤어요. 지금 바로 내 옆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그 사람들은 강물 속에 들어가 있는 나에게 날카롭고,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보내며 강물 속에 서있는 나를 버텨 서있지 못하게 해요.


더 두렵고 어려운 것은 강물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엄마 마음속에 살고 있는 작은 아이예요. 오랜 시간  사람들로부터 날카로운 말과 행동들을 작은 아이는 마음속에서 견뎌왔어요. 그 시간은 작은 아이에게 조그만 소리에도 크게 놀라고,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도록 만들었지요.


작은 것에도 자동으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가 궁금했지요. 자신의 강물을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그 강물 안에 서있는 자신에게 불편한 마음들이 흘러오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말에 순간순간 불편해진 일이 있거든요.  강물 속에 있는 불편한 것들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찾은 게 있어요. 그건 바로 자신이 서 있는 강물 바로 옆에 또 다른 강물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 서있는 강물은 힘들기도 했고 흘러오는 말과 행동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원래 흘러가는 대로, 무엇이 흘러오는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놔두기로 했어요. 엄마는 새롭게 발견한 강물로 건너갔어요. 새롭게 서있는 강물에서 예전에 있던 강물을 지켜봐요.


여전히 그 강물에서는 엄마를 힘들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그 덩어리는 이젠 엄마를  괴롭히지 않아요. 왜냐고요? 엄마는 지켜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새로운 강물에서 엄마는 이제 저 멀리 흘러가는 곳을 바라보기로 했어요. 그곳에서 또다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엄마는 새로운 강물 저 넘어 있는 곳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일들을 상상하며 강물에 서있어요. 아이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출근 시간을 즐겁게 맞이하기도 하지요.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고 "사랑해 우리 아이들"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예전 강물에 있었다면 엄마는 어땠을까요? 아직도 성난 파도처럼 들끓는 엄마 마음에 이끌려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엄마는 새로운 강물을 찾았고 그 강물에서는 저 멀리 있는 것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되었어요. 새 강물로 오기로 결정한 자신이 대견해요.

엄마는 선물 받은 마음이 들어요.


선물 같은 엄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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