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에게서 찾은 좋은 선배의 롤 모델들
홧김에 시작했던 직장 생활이 어느새 십 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사회에서는 십 년을 한 세대로 보지만, 직장에서는 입사와 퇴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교체가 빨라서 서너 세대쯤이 바뀐 기분이었다. 신입으로 출발한 나는 어느덧 시니어로 불리는 위치에 서 있었고, 나만 잘 하는 되는 후배의 역할이 아닌 부사수로 붙은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로서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주니어였을 때는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던 탓인지 후배들이 내 기대에 못 미칠 때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까지 알려줬으면 나머지는 스스로 찾아보기도 해야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일 처리를 위해 시간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싶기도 했다. 본인 일에 대해 애정과 책임을 가지지 못하는 후배를 보며 아쉽기도 했다. 왜 본인은 일만 하고 선배인 내가 공을 다 가로채냐며 나를 불러내서 항의했던 날에는 오히려 내가 울고 싶을 지경이기도 했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옳은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팀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냥 각자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게 더 나은 건 아닐까? 물음표와 한숨으로 가득 찬 마음에 선배로서의 역할에 회의감이 들었다. 어디까지가 내 책임인지, 좋은 선배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혼자 열심히 일하다가 지쳐서 뻗어버리며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프로젝트 성과가 나올 때면 이게 맞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에게 물어보기에는 내가 그들로 인해 힘들던 시간들이 떠올라 그럴 수가 없었고, 후배들에게는 그러다가 답을 강요하는 인상을 줄까봐 물어보지 못했다. 좋은 선배는 어떤 모습이었더라?
강등으로 인해 폐허가 된 수원에게도 어쨌거나 2024년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K리그2에서의 우승을 통한 K리그1으로의 승격과 복귀를 목표로 삼는 이번 시즌의 주장이 누가 될지 궁금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골키퍼인 양형모 선수가 주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런 사람에게 화를 내는 상대가 나쁜 것이기에 양형모 선수를 택했다'는 직관메이트의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의 주장 임명은 팬들 사이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면 수원에 계속 있었던 원클럽맨이기도 했지만, 그의 골키퍼로서의 능력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았던지라 그의 주장 임명이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양형모 선수는 모두의 기대를 너끈히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양형모 선수의 침착한 성격은 양날의 검으로 경기 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소극적인 수비리딩으로 인해 실점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2024년에는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으로 골대에서 수비수들을 조율했다.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발을 구르고 때로는 골대를 치기도 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불안하기 그지없던 킥은 수원의 골키퍼였던 신화용 코치와 함께하며 이제는 리그 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마다 나오는 실점은 평소에 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원을 지켜주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주장이라는게 팀을 대표하는 자리 중 하나이고 또 제일 앞에서 모든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더 많이 갖게 된 계기"였다고 그는 시즌 중에 이야기했다. 양형모 선수는 수원의 서포터들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팬들이 부르는 승리의 '나사나수'를 들으며 그제야 그라운드에 누워서 숨을 몰아쉬고,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낸 선수를 위해 정반대편의 골대에서부터 달려와 동료를 끌어안는 어엿한 '모캡'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장으로서의 무게감까지 기꺼이 감당하는 그의 마음이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매 경기의 전반전과 후반전이 시작할 때였다. 골대 뒤의 서포터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한 그는 제법 오래도록 가슴의 엠블럼에 입을 맞추었고, 그 모습을 보는 서포터들은 기꺼이 그의 등 뒤를 맡아 커다란 서포팅 소리로 그를 지켜주었다.
그는 서른 살이 넘은 나이임에도 낯설게 여겨질 만큼 많이 바뀌었다. 양형모 선수의 눈매와 입매는 작년보다 더욱 단단해졌고, 그의 목소리는 굵어졌다. 어디선가 그저 조용히 앉아있었던 이전까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모두와 어울리며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양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에는 머리 위에 치토스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고, 여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는 구단 영상 카메라에 선수들을 칭찬하는 엄지 척을 네 번이나 보여준 뒤 골키퍼 장갑을 뒤에 꽂고 서포터들을 향해 환호를 유도하며 '나대러' 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여전히 드물기는 하지만 서포터석으로 달려와서 춤에 가까운 몸짓을 한 적도 있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이야기하며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에서 평소에도 양형모 선수가 얼마나 선수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지를 보여주었다. 양형모 선수의 이름이 출전 선수 명단에 보였던 날에는 그가 선수단을 이끌고 서포터석에 인사를 하러 왔다. 가장 먼저 걸어간 양형모 선수가 자리를 잡아버리면 그 뒤를 따라 온 다른 선수들은 그의 옆으로 길게 늘어서서 서포터석에게 반드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간 락커룸에서 이뤄지는 경기날의 마무리는 양형모 선수가 주도하는 선수들만의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박수를 받으며, 누군가는 멋쩍게 본인의 실수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하는 그 시간들의 중심에는 양형모 선수가 있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보여준 대학교에서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학점을 자랑할 정도의 성실함과, 인스타그램이 아닌 블로그를 통해 서평을 남기는 진중함은 고참이자 주장으로서의 그의 장점이 되었다. 인터뷰 기회가 올 때 마다 차분하고 유려하게 팀을 대변했고, 오히려 팬들에 대한 질문에는 잠시 침묵하다가 그저 잘 하겠다는 짧은 답변만을 남기며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블로그에 리더십에 대한 책들을 서평을 쓸 정도로 읽고 고민하는 글들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강약을 조절하며 고민하는 그의 리더십은 내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훌륭한 선배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한 변화는 인생의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2024년의 양형모 선수가 보여준 것이었다.
안양의 백동규 선수는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원에 합류하게 되었다. 데뷔부터 주장까지 했던 선수가 한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훈련을 같이 한 다음에 라이벌 팀으로 이적을 해버린 상황에 배신감에 치를 떤 안양 팬들은 그를 '백통수'라고 불렀다. 나 역시도 그런 이야기가 있는 선수의 수원 합류 소식에 처음에는 많이 찜찜했다. 하지만 '수원의 팬들은 수원의 첫번째 전술이다'라며 수원의 팬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그의 모습과 그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대신 선택한 클럽하우스에서의 생활과 같은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팀에 대한 헌신을 보고 그런 일이 있었던 백동규 선수라도 수원의 선수로서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겠는가. 안양과의 경기가 있을 때 늘 안양 팬들에게 가서 인사를 하며 욕을 먹고 돌아오는 그를 더 열렬한 환호로 위로할 수 밖에.
백동규 선수는 "어린 친구들은 뜨는 해라고 생각하거든요." 라고 말하며 후배들을 굉장히 잘 챙겼다. 본인의 교체투입으로 무산된 신인 이건희 선수의 데뷔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영상 편지를 남기며 아쉬워하는 이건희 선수를 달래주기도 했다. 본인의 경험을 활용하며 이미 지나간 일과 실수에 대해서 질책 대신 칭찬과 격려를 통해서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주며 다음 경기를 함께 준비했다. 후배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으로 조절하는 현명함을 한 스푼 더한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후배들에 대해 고민하던 내게 답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때로는 그는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려나가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기도 했다. 패배 이후의 락커룸에서 "회복 훈련하고 그다음 준비할 때 나부터 좀 뻔뻔할 정도로 소리 지르고 할 테니까 따라와줬으면 좋겠어. 같이 분위기 올리고. 알겠지? 너네 시키는 거 아니야. 내가 할 테니까 따라와줘."라며 후배들을 독려하는 백동규 선수의 모습은 그의 신가드에 새겨진 '백인대장' 그 자체였다.
백동규 선수와 같은 수비수인 한호강 선수도 마찬가지로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한호강 선수는 그와 짝을 이루어 나오는 어린 선수가 노련하지 못한 수비로 실수를 하면 일체의 원망 없이 가장 먼저 후배를 챙겼다. 2024년에도 센터백으로 데뷔한 장석환 선수가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주었을 때 또다시 먼저 달려가던 한호강 선수의 모습에 작년의 일을 떠올렸다. 수원의 유스 선수로서 에이스의 상징인 10번을 달 정도로 잘 했지만 이제 고작 프로 데뷔 두 달차인 이상민 선수는 박스 안에서의 파울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어주었다. 대형 실수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짚고 좌절하고 하던 후배에게 한호강 선수가 바로 달려갔다. 그가 양 손으로 이상민 선수의 얼굴을 붙잡아 올리며 "괜찮아! 고개 숙이지 마! 아직 안 끝났어!" 라고 말해주는 모습은 수원의 팬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수가 아닌 사람에 먼저 집중하는 모습이 내 모습과는 반대인 것 같아서 스스로 조금 부끄러워졌고, 때로는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김현 선수는 2023년 불운과 악재가 겹치며 수원FC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뜬금없이 경기장에 싱크홀이 생기는 바람에 그로 인해 부상을 당했고,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세 번씩이나 차놓고 넣지 못하는 모습에 실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긴 머리때문에 배구 선수 김연경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듣던 그에게는 '만년 유망주'나 '저니맨'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김현 선수의 다음 행선지는 K리그1이 아닌 K리그2의 수원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김현 선수는 5라운드에서 멋진 극장골로 수원에서의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답답했던 팬들의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감 넘치는 사이다같은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갑자기 수원 유니폼이 처음이 아님을 고백했다. 김현 '어린이'는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서포터석인 빅버드의 N석에서 응원했었고, 수원이 우승을 차지할 때 N석에서 수원을 외쳤던 '리얼블루' 였기 때문이었다. 1부 리그가 아닌 2부 리그로 내려온 위치마저도 김현 선수는 "수원이라는 팀에서 뛴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라고 말하며 수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 무대가 1부인지 2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직접 올라가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하는 모습은 '수원은 서포터가 구한다'는 팬들의 말을 우스갯소리에서 사실로 만들어줬다.
전남을 상대로 거둔 5:1 의 대승은 김현 선수의 활약이 여러 방면에서 돋보였던 경기였다. 락커룸에서 후반전 교체 투입을 준비하던 김현 선수는 전반전 내내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인 동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야! 너네 승부욕 진짜 없어." 선수들을 자극하는 내용부터 남자들이 흔히 쓰는 비속어를 쓰지 않은 말투, 그리고 이후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 처럼 사전에 주장에게 얻은 동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마디였다. 후반전에 몰아넣은 네 골중 두 골을 넣으며 하프타임에 했던 말에 대해 본인의 실력으로 뒷받쳐주는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선배의 모습이었다.
후배 선수들은 그렇게 쓴소리를 많이 하는데도 김현 선수에게 서슴없이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곤 했다. 필요할 때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본인 역시도 공격포인트를 계속 쌓으면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도 해주는 믿음직한 공격수였다. 안양에서도 득점한 그는 승리를 축하하며 서포터석에서 날아드는 치토스들 중 하나를 집어들고 거침없는 손길로 한 주먹 가득 입에 밀어넣으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서포터 출신이기도 한 그는 어린 선수들과 신입 선수들에게 안양과의 더비와 치토스의 의미를 설명해주며 팀의 역사와 자부심을 전수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장을 떠났던 그가 돌아온 경기는 하필이면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던 부산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팀 전체의 문제점으로서 임기응변이 결여된 단순한 플레이와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이 느끼는 승격과 승리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오히려 "당연히 (부담이나 압박감) 받아야 한다."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주눅이 드는 모습이 운동장에서 보여선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오히려 더 자신감이나 힘을 받아서 뛰어 줬으면 좋겠다. 부담이 되겠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팀 선수들에게 주어질 수 없는 여건과 환경 속에 있다. 장점으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라고 강등과 승격 전쟁을 겪어본 베테랑이자 수원의 일원으로서 팀의 분발을 강조했다. 중간에 유쾌하고 따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카리스마있게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것이 옳은 답일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었다.
수원의 고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의 팀을 이끌었다. 선배인 선수들마다 팬들이 붙여준 호칭이 조금씩 달랐다. 외유내강형의 양형모 선수는 '형모형'이라고 불리고, 친근감과 따스함이 강조되는 백동규 선수나 한호강 선수는 '동규아빠'와 '호강이 삼촌'으로 불리고 있다. 김현 선수는 거의 유일하게 '현이 오빠'라고 불리는데, 아마도 다른 선수들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도 가끔씩 보여주는 따뜻한 모습들 때문인 것 같다. 외강내유형의 김현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보여주는 리더십도 때로는 선배로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5월의 마지막 주말, 연패가 이어진 빅버드의 공기는 더할나위 없이 무거웠다. 익숙한 음악인 "Mutiny on the Sea"가 나오면서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의 모습이 경기장의 전광판에 나타났다. 버스에서 내리는 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바라보던 서포터들의 입에서 일제히 안타까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팀의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과 결의를 다지기 위해 고참 선수들인 양형모 선수를 비롯하여 장호익 선수와 이종성 선수가 머리카락을 밀고 나타났던 것이다. 이전 경기에서의 퇴장으로 인해 이날 경기에서 뛸 수 없었던 백동규 선수마저 머리를 밀고 관중석에서 끝까지 경기와 서포터석을 지켜보는 모습이 목격되며 모두의 결연한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선배들은 각자 부상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기간들에도 클럽하우스에서 살아나기 시작하는 팀에 힘을 더해주고, 그 과정 속에서 버거워하는 후배들을 위해 더 많은 부담감과 책임을 흔쾌히 짊어졌다. 비록 1부 리그로의 승격은 조금 미뤄지더라도 그 가운데에서 최대한 팀이 안정적이 될 수 있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고민이 많던 내게 답을 제시해주었다. 스스로 먼저 행동하면서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닦아주는 선배는 축구가 아닌 직장에서도 필요한 모습일 것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헌신과 리더십의 태도를 갖춘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다시 스스로를 다잡아봐야겠다. '좋은 선배'로서의 롤 모델이 없었던 내게 선수들이 정답을 알려준 것 처럼,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좋은 선배의 정답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