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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치 Jan 27. 2022

퇴사 1년 후 내가 알게 된 4가지

버릇처럼 하던 헛소리를 끊었다.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고 버릇처럼 하던 헛소리를 끊었다.      

     

회사 다닐 때는 내가 운동을 못하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사하고 보니 그냥 게으른 사람의 자기 합리화였다. 출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아침에 눈 떴다가도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정신 차리면 점심시간이었고 다시 또 저녁이었다. 퇴사 전 계획했던 책 읽기, 운동하기, 공부하기는 개나 줘버린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자기 관리는 여유 생기면 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내서 하는 거였다.     


조건보다 스스로 목표나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지! 그 의지가 없으면 돈이 있어도, 시간이 있어도 의미 없이 살게 된다.

     

아무튼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감이 크면 삶이 고통스럽다.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할 거다’와 ‘유튜브 할 거다.’라고 하는데, 퇴사를 하고 나면 알게 된다. 직장인이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의지(또는 동기)가 부족했다는 것을! 지금 나는 자유의 몸이다. 불필요한 회식이나 야근으로 애써 세운 계획이 틀어질 일이 없었다. 일어나는 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모든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ㅇㅇ할걸”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안 할 때는 그만큼 의지가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퇴사 후 그렇게 바뀌었다.      

     

퇴사 전에 모은 돈이 꽤 많았고 시간도 있어 보니 더 이상 핑계될 거리가 사라졌다. 돈이 있고, 시간이 많은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더 쉽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나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한테 집중할 수 있었고 필요한 것들로 인생을 채울 수 있었다.     

          


1. 하루가 생각보다 길다     

     

매일 오전 8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삶을 살 때는 하루가 참 짧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7시였다. 저녁 먹으면 8시 씻고 이것저것 하면 9시, 내일 텐션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무리한 활동은 금지였다. 웨이트 트레이닝, 영어 회화, 책 읽기, 블로그 수익화 등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원했다. 하지만 퇴근 후에는 내일 출근하려면 빨리 쉬어야지! 하면서 냅다 누워서 뒹굴었다.      

     

출퇴근이 사라진 내 인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 갈 수 있고, 필요한 공부에는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다. 회사 다닐 때 관리를 못해서 아쉬웠던 블로그도 유의미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대략 4시간 정도 투자하면 2~3개의 블로그 글을 쓸 수 있고 그걸로도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직장 생활을 한다면, 월급 외에 안정적으로 블로그를 통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2. 나를 위한 투자는 즐겁다.     


운동을 시작했다. 땀 흘리고 숨이 가쁜 운동을 할 때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직장생활을 했던 시골 마을에는 PT를 받을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곳이 없었는데, 확실히 도시에 사니까 하고 싶은걸 그때그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 블로그를 잘 운영하고 싶어서 브랜딩 컨설팅을 받는 것도 다 즐겁다.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3.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회사 다니면서 처음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나랑 안 맞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퇴사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성향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사람과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 내가 베푸는 선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좋다. 회사에서는 선의를 베풀면 아부라고 생각하고 이미지 관리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지금은 좋은 말을 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곁에 남았다. 지금처럼 서로 좋은 에너지를 나누며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좋은 에너지에는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충고나 비판도 포함이다. 다만 시기와 질투를 담아 몰래 험담하는 사람이 싫은 것이다. 사람을 통해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4. 꿈이 생겼다     


회사 다닐 때 나를 소개하던 말들은 퇴사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잘하는 건 뭐지? " 하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됐다.     

     

생각보다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좋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보다 재밌게 잘 쓰는 것이 내 장점이다. 더 솔직해지고 나를 더 드러낼수록 다른 사람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 실력이 많이 줄었고, 조직 성향에 맞춰 성격을 억누른 탓에 재미가 떨어졌다. 그리고 코로나로 사람들을 못 만나다 보니 감정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하지만 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평생 글쓰기를 놓지 않을 계획이다. 퇴사 후 1년 동안 평생의 취미 생활과 꿈을 얻었으니 이건 남는 장사다!

     

내 꿈은 마음 놓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든 그 공간에 와서 지친 마음에 생기를 채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은 내 블로그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일터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지친 마음에 비타민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 내 글을 통해 피식 웃고 갈 수 있으면 한다.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눈에 힘 빡주고 살던 사람들에게 피식 한방은 엄청난 힐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 목표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마음 놓고 쉬어갈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효리네 민박'같은 느낌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다. 그냥 쉬어가는 곳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 그런 숙소의 주인이 된 나를 상상하면 참 잘 어울린다. 맛있는 음식과 술은 공짜다.     

     

아무튼 퇴사, 글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나는 조금씩 나다워지고 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동시에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 퇴사를 하고 난 후에 알게 된 사실들이지만, 퇴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글을 보고도 꼭 손을 데고 나서야 뜨거운 걸 아는 사람이다. 퇴사가 아니었다면 이 사실들을 깨닫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한다. 이렇게 태어난 나에게 얼마나 더 다채로운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아무튼! 퇴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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