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적글적샘 Jul 18. 2021

나는 '무엇'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한 학기 '화법과 작문' 수업을 마무리하며

한 학기 수업이 끝났다. 화법과 작문은 말 그대로 잘 말하고,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목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홍승은의 '너는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야'라는 글을 발견했다. 이 글은 열정으로 포장된 내 수업이 놓친 빈자리를 발견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같이 읽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4659


글을 다 읽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항상 당당하고 유창하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라고 가르쳤던 것 같아. 그런데 사람은 늘 실수를 하잖아. 누구 앞에서 잘 말하지 못했거나, 실수했을 때 우리의 혼란하고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지는 전혀 가르쳐주지 못했어. 그리고 누군가가 망설이고 흔들리며 말할 때, 차분하게 기다리며 들어주는 방법도 가르쳐주지 못한 것 같아. 이 글을 읽고 내 지난 수업을 되돌아봤어. 다양한 말소리와 글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 놓인 곳곳의 빈자리가 눈에 띄더라. 그래서 묻고 싶어. 너희는 '무엇'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니? 말과 글에도 각자만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인데, 너희가 갖고 싶은 너희만의 '말'과 '글'이 무엇인지 궁금해. 설문조사에 응답하면서 지난 나의 말과 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다들 고생 많았어."



학생들이 되고 싶은 '무엇'들 중에서 인상 깊은 답변을 추려 보았다. 학생들은 글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가 많다. 수업 시간에 침묵하던 학생들도 온라인 공간에서 묵직한 생각을 꺼내 놓는다. 한 학기 동안 성장한 학생들을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1. 나는 선풍기 바람처럼 강약 조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이유는 나는 원래 말을 거칠게 하는 경향이 좀 있는 편인데 선풍기처럼 친구들에게나 가족에게나 언행의 수위나 위험성 조절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2. 나는 해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더울 때는 엄청 강렬하고, 흐릴 때는 조용한 해처럼. 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필요하지 않을 때는 침묵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3. 나는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처럼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한 대로 잘 옮겨지지 않는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옮겨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 나는 나무처럼 말하고 싶다. 나의 말과 글에 누군가는 그늘에서 위로받고 쉬어갔으면 좋겠다.


5. 정리된 책장의 책처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생각이 말로 전환될 때 자주 버벅 거리기 때문이다


6. "나는 '나무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무는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킨다. 나도 '나무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방식대로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7. 나는 주전자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의 물잔이 채워지지 않으면 내가 채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8. 나는 '소나무'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말하기나 글쓰기를 할 때 내 주장을 잘 펼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나무처럼 꿋꿋이, 푸르게 내 의견과 주장을 말하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9. 우주 :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고, 어떠한 관점을 멀리서부터 본다면 아주 다양한 생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10. 나는 '한여름의 샤워'처럼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에 샤워를 하고 나면 매우 쾌적해지고 무더운 날씨에 짜증 난 기분을 전환해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쾌적하고 기분 좋게 다가가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