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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Jun 14. 2021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

코로나 19는 역설적이게도 교육의 필요성과 가치를 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이점을 알리려고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포스터를 제작해 지하철에 홍보했다. 그런데 정의당에서 해당 포스터가 ‘학교 밖 청소년’을 배제한 차별적인 문구라며 비판적인 논평을 냈단다.

충격이었다. 익숙한 관습에 젖은 표현이 누군가의 삶을 쉽게 지워버리는 현실, 범주와 구분이 경계 밖의 존재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목도한 순간이었다. 그때 얼마 전 읽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가 생각났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이 11월의 거리를 메우는 각종 수험생 할인 현수막과 수험생 응원 메시지를 보며 자신의 19살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떨까.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를 끝없이 구획 짓는 언어로 세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을까. 튀지 않는 표현으로 요철이라고는 없는, 매끈한 평탄면과도 같은 상상 속 삶을 그려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최대한 예민하게, 그리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며 살고 싶다. 그렇게 허술한 그물망으로는 포획되지 않을 작은 삶들을 응원하고 싶다. 미약하지만 굳건하게 세운 언어로 도처에 흩어진, 있는 그대로의 삶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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