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건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미술 과목의 성적이 늘 안 좋았던 터라, 나에겐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쩌다 좋은 기회로 참가한 원데이클래스에서 놀라울 정도의 힐링을 경험했다.
분홍빛 노을이 깔린 광안리 바다는 내가 사랑하는 풍경 중 하나다. 아주 짧은 시간에만 나타나는 그 풍경을 놓칠 새라 많이 사람들이 셔터를 눌러댄다. 그 기억 속 장면을 나만의 감성으로 표현했다. 구름이 얕게 펼쳐진 부드러운 하늘, 넓게 자리한 에메랄드빛 바다, 그 사이에 깔린 분홍빛 저녁노을, 잘게 부서지는 파도 거품, 그리고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광안대교를.
선생님의 설명대로 차분히 따라 하니 어려울 것 하나 없었다. 나에게 부족란 건 손재주가 아니라, 누군가의 친절한 안내와 차분한 공간, 그리고 넉넉한 여유였는지도 모른다. 생각을 구도와 도형으로 끄집어내고, 공간의 여백을 채색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다들 그림 한번 꼭 그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