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뉴욕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며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온킹을 봤다. 내 인생 첫 장거리 여행을 마무리하며 언제가 다시 한번 뉴욕에 온다면 브로드웨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을 왕창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2020년 1월엔 영어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2월 누나와의 뉴욕 여행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유럽 연수를 떠나기 전 비행기와 숙소, 뮤지컬을 예약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그렇게 내 마지막 여행도 끝이 났다.
어젠 6년 만에 라이온킹 뮤지컬을 봤다. 뮤지컬을 본 뒤엔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걸었다. 같이 간 친구와 이번 겨울에 방콕을 가보는 건 어떨까라며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방콕에 가서 뭘 하고 싶은지 물으며 잠시나마 그곳을 상상했다. 뜨거운 여름과 수영장, 시원한 수박 주스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천천히 그려 보았다.
이번 겨울엔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사람들 얼굴은 마스크로 반쯤 가려져 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시작되는 게 일상이고, 삶인가 싶다. 힘들고 지친 삶이 끝없이 이어질 듯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숨기고 있던 밝은 얼굴을 보여주는 게 인생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