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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Jul 05. 2022

114와 쓰리잡

1. 어제는 엄마 친구가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사줬단다. 엄마가 직접 114 전화해 광안리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화번호를 물어본 ,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했단다. 가게 주인이 전화를 받으며 ‘ 혹시 새광안맨션에 사시던 누구누구 아니세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길래, ‘ 이사했어요라고 대답했단다.  모르는 전화번호를 네이버로 검색하고, 주문은 배민으로만 하는 줄로 알고 살았다. (그렇게     되지도 않았으면서) 114 사용하지 않은 지도 수년이 흘렀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유튜브로 관절염에 좋은 운동 영상을 검색해 따라 하면서도, 여전히 114 쓴다. 그리고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한다. 누군가에게 유용한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잊혀진 기술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필요하기도 하다.


2. 엄마와 나란히 앉아 황금가면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중에, 한 남자 배우가 ‘쓰리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엄마가 ‘쓰리잡??’이라고 묻길래, ‘아 엄마 숫자 원투쓰리는 알제? 잡이 직업, 일이라는 뜻이거든 그래서 직업이 3개라는 뜻이야’ 엄마는 웃으며 ‘아이고 그럼 직업이 4개면 포잡이야?’라고 대답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어디 가서 ‘너희 투잡, 쓰리잡, 포잡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자랑해야겠다며 크게 웃으신다. 귀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각종 외래어, 영어 간판, 영어 단어들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까. 집 앞 1500원짜리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하는 것도 이제야 익숙해진 75세 우리 엄마. 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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