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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Jun 30. 2022

엄마 반찬

엄마와 누나를 만나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빵집에서 산 자그마한 빵을 건넨다.


“형성아 집에 가서 배고프면 먹어”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항상 나의 배고픔을 걱정했다. 집에 혼자 있는 내가 끼니를 거르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항상 일터에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배고픔보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허덕이던 시절. 엄마의 전화가, 그 걱정이 내 마음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엄마는   끼니 걱정을 한다. 냉장고도 작고, 집에서 밥을  챙겨 먹지 않으니 밑반찬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매번 말하지만, 엄마는  듣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서 주는 것이 70 넘은 노모가 내게    있는 유일한 무엇이라는  알기에 나도 애써 막지 않는다. 가끔 오늘 저녁은  먹었는지, 당신이   반찬은 맛있었는지를 묻는 엄마의 모습에서 한평생 내 끼니를 걱정한 엄마의 지난 삶을 떠올리곤 한다.


엄마에게 난 늘 걱정거리로 남아 있겠지. 찬밥처럼 집에 담겨 외롭던 시절의 나도, 어엿하게 독립해서 살아가는 지금의 나도, 엄마에겐 생각만 해도 늘 애달프고 애잔한 자식이겠지. 평생을 챙겨주고 보살펴야 했던 자녀가 자신이 처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볼 때의 그 눈빛과 같을까. 앞으로 엄마의 얼굴을, 목소리를, 움직임을 그리고 나를 향한 마음을 더 많이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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