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누나를 만나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빵집에서 산 자그마한 빵을 건넨다.
“형성아 집에 가서 배고프면 먹어”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항상 나의 배고픔을 걱정했다. 집에 혼자 있는 내가 끼니를 거르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항상 일터에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배고픔보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허덕이던 시절. 엄마의 전화가, 그 걱정이 내 마음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엄마는 늘 내 끼니 걱정을 한다. 냉장고도 작고, 집에서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으니 밑반찬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매번 말하지만, 엄마는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서 주는 것이 70이 넘은 노모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무엇이라는 걸 알기에 나도 애써 막지 않는다. 가끔 오늘 저녁은 뭘 먹었는지, 당신이 해 준 반찬은 맛있었는지를 묻는 엄마의 모습에서 한평생 내 끼니를 걱정한 엄마의 지난 삶을 떠올리곤 한다.
엄마에게 난 늘 걱정거리로 남아 있겠지. 찬밥처럼 집에 담겨 외롭던 시절의 나도, 어엿하게 독립해서 살아가는 지금의 나도, 엄마에겐 생각만 해도 늘 애달프고 애잔한 자식이겠지. 평생을 챙겨주고 보살펴야 했던 자녀가 자신이 처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볼 때의 그 눈빛과 같을까. 앞으로 엄마의 얼굴을, 목소리를, 움직임을 그리고 나를 향한 마음을 더 많이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