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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Mar 23. 2023

글은 빼고 덜어내야 담백해진다

부산대 평생교육원 - 효원수필아카데미 후기 


  수강생분들이 글을 많이 내셨다. 다들 글을 잘 쓰신다. 본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솔직하게 잘 풀어내시다니. 같이 읽으면서 울컥하기도 했고, 탁월한 비유가 빛나는 문장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내 글도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힘이 났다. 특히 선생님께서 첨삭을 하시며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지워주셨는데, 전후를 비교해 보니 글을 읽는 맛이 확연하게 달라져서 놀라웠다. 글은 빼고 덜어내야 담백해지고 깔끔해진다는 걸 배웠다.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수업 내용.

1. 사상,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마세요. 글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도록 쓰세요.

2.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면 뜬구름 같습니다. 최대한 쉽게 쓰세요. 

3. '인생에서 욕심을 버려라.'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가볍고 맑게 날아다니는 잠자리의 모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수필이 멋진 수필입니다.

4. '파란 침묵을 한 자락 끌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 아주 문학적인 표현입니다. 

5. 아내가 남편의 도시락을 챙겨줄 때 그냥 '챙겨주는'으로 쓰지 말고 '주섬주섬 챙겨주는'으로 써 보세요. 행동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됩니다. 

6. '뭔가 급한 일이 생겼다.'라는 걸 드러낼 때 그냥 화제 전환하지 말고 ‘이때였다’ 같은 말을 넣어서 자연스럽게 전환하세요.

7. ‘나’ 와 같은 동일한 단어, 표현 제거하세요.

8. 만연체로 쓰지 마세요. 짧고 단순하면서 읽는 맛이 나게 쓰세요. 

9.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면 지루합니다. 

10. 수강생 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줄 아는 힘줄도 차근차근 굵게 만들어 갔다.’ =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11. 내 글: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잔잔히 펼쳐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 기대되는 문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에피소드, 이야기를 하나 추가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12. 글은 박진감 있게 진행시켜야 합니다. 군더더기 문장이 들어가 글의 호흡이 느려지면 안 됩니다.

13. 글에서 몇몇 문장을 의도적으로 삭제해 보세요. 그래도 자연스레 연결된다면 바로 지우세요.

14. 수강생 글 '영양제가 되지 않았던가 = 나를 만들어 주는 양분이었다.' 둘 다 똑같은 의미의 문장입니다. 뒷문장은 빼 버려도 의미가 충분히 통합니다.

15. 내 마음을 과도하게 털어놓는 글은 부담스럽습니다. 은근한 멋이 있게 쓰세요.

16. 적절하게 문장을 생략해야 독자가 사유할 틈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영양제가 되지 않았던가. 카랑코에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처럼 써야 두 문장 사이의 빈틈에서 독자의 생각과 사유가 자랍니다. 글에서 모든 걸 다 말해 주려고 하지 마세요.

17. '생각이 든다'는 부질없는 표현입니다. 글로 녹여내는 문장이 다 생각입니다. 굳이 넣지 마세요.

      ex) 세월이 잠깐이라는 생각이 든다 (x) - 세월이 잠깐이다. (o)

18.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이야기(결론)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19. 흔한 문장,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장으로 마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20.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써 나갈 방향을 명확히 세우고,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21. 다음 주 숙제 조병화의 시 <공존의 이유>를 읽고 이 안에서 글감을 뽑아 글을 한 편 써 보세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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