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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Mar 23. 2023

글을 쓸 때 단언하지 마라

  블로그에 올린 '살맛 나는 집'을 과제로 제출했다. 여러 가지 첨삭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은 첨삭은 '그러니 살맛이 나려면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문장을 '불편하게 사는 것도 괜찮겠다.'로 수정해 주신 것이다. 왜 이렇게 바꾸셨을까? 다른 수강생의 글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다른 수강생 한 분이 캄보디아를 여행한 뒤 빈민층의 수상가옥에 대한 글을 쓰셨다. 그 글에 '척박한 환경에 산다고 해서 그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 문장을 '아닐 것이다.'로 수정하셨다. 이어 '불행할 수도, 불행하지 않을 수도 있죠. 단정적인 문장을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단언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내 글에서 '살아야 한다.'를 '괜찮겠다.'로 바꾼 이유를 알았다. 글을 쓸 때면 반성과 교훈을 드러내며 마무리 짓기 위해 단정적인 어조를 쓸 때가 많았다. 마치 인생을 다 깨달은 것처럼. 그런데 사실 그게 내 생각이 아닐 때가 많다. 생각은 맞지만 100%가 아닐 때도 있다. 그런데 감동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렇게 단정적으로 글을 닫을 때가 많다. 그런데 어디 삶이 그런가.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게 틀리고, 틀렸다고 생각한 게 맞고,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에 내가 생각한 가치가 맞다고 우겨대는 것은 얼마나 빈약하고 허약한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글은 훨씬 부드럽다. 닫힌 세계 안에 갇히지 말아야지. 열어두고 고민하며 흔들리는 게 삶이라는 걸 드러내야지. 또 한 번 배웠다. 

  

    액자 구조, 회상 구조로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안정감이 생깁니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 더 설명해 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을 더 서술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문장이 쉽게, 아쉽게 끝날 때가 많습니다. 글의 전체 분위기를 포괄할 수 있는 적확한 표현을 꼭 고민해 보세요.   


    글은 그림을 그리듯 쓰셔야 합니다. 풍경과 정경을 쓸 때는 그게 눈에 보이듯 쓰셔야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를 꼭 읽어 보세요.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읽어 봅니다.  


    따옴표, 쉼표가 너무 많으면 글을 읽을 때 거슬립니다. 자제하세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부산 원도심은 꼭 가보셔야 합니다. (초량 이바구 길, 비석마을, 감천 문화 마을, 산복 도로, 86번 버스 타고 가면 산복 도로 볼 수 있음)  


    '따뜻한 찌개 냄새'는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 북적거리는 냄새'보다는 훈기, 온기 정도로 표현하는 게 낫겠습니다.  


    '시든 지 오래다.'라는 표현은 내가 오래 지켜봤을 때 나올 수 있는 문장입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었다면 '시들었다.'로 써야 합니다.  


    '푸석하게 메마른 벽지'와 '엄마의 주름'이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습니다. '퍼석한 피부결'로 대응시켜야 한결 비유의 맛이 살겠지요?   


    '기미처럼 거뭇거뭇 한 흔적, 매끄럽고 깨끗한 삶의 표면' 같은 표현이 좋습니다.  


    글 마지막에 '웃음이 난다'도 좋지만 훨씬 좋은 표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무리하기에 정확한 표현을 고민해서 퇴고해 보세요.   


    김자옥 씨처럼 살아생전에 자기가 아끼고 좋아하던 옷을 입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수강생 글 '(비둘기를 향해) 주차하려고 빵빵 소리를 내어도 꿈쩍 않는다. 사춘기 녀석의 고집을 보는 듯하다.' (이런 문장은 정말 자식을 키워 봐야 나오는 문장인 듯)  


    다른 수강생 글 '아내의 얼굴은 얼마나 환하게 펴질까. 그것을 상상하니 나의 마음도 활짝 펴진다' (구겨졌던 얼굴과 마음이 펴진다는 표현이 신선했다.)  


    글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있는 상황들을 추상적으로 갈무리해서 애매하게 써 서는 안되겠다.   


    '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없던 영성도 절로 생길 것 같았다.'에서 '문'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왜 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 종교적 신심이 생겼는지가 납득이 됩니다.  


    글을 의도적으로 삶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화가 이루어집니다. 억지로라도 연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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