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정말 기억하고 적용해야 할 너무 좋은 말들이 많은데 뒤늦게 정리해 본다. 부지런하게 정리했어야 했는데 흑흑
1. 누군가가 글을 읽고 어렵다 했을 때 그 이유를 찾아 보세요. 문장이 복잡할 수도 있고, 메시지를 너무 숨겼을 수도 있어요.
2. 추상적인 마음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셔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으로 치환하셔야 해요. 감정을 드러낼 때는 자신만의 감정으로 재해석하세요. 일기와 에세이의 결정적 차이점입니다. (기억하자 엄마 이야기를 쓸 때는 엄마 이야기가 아닌 우리 엄마 이야기를 써야 한다.)
3. 비슷한 단어를 계속 나열하면 굉장히 추상적으로 보입니다.
4. 독자가 읽고 나서 뭐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면 글이 어려운 거예요.
5. 중수필을 쓸 때는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하셔야 해요. 이기주의, 개인주의, 집단주의의 개념이 명확히 서야 이후의 세계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개념 정의할 때 사전적 정의뿐만 아니라 일상적 정의도 활용할 수 있겠죠. 개념 정의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혼용해서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는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로,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오독하게 되는 거예요.
6. 중수필은 자료 조사도 철저하게 해야 해요. 개인적인 경험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넘어갈 때 구체적인 팩트, 사실에 기반해서 쓰셔야 합니다. 주장이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자료로 논증하셔야 해요.
7. 읽을수록 멀어지는 글이 있어요. 자신의 감정에 너무 빠진 글, 추상적인 글을 쓰시면 안 됩니다. 모양으로 다양한 표현으로 보여주셔야 해요. '네가 좋아'가 아니라 '널 보면 웃음이 난다'로, '행복했다'가 아니라 '웃음이 많은 밤이었다'로 쓰셔야 해요.
8. 글이 윤리와 당위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남편이 있는 사람이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 앞, 뒤에 남편 이야기를 집어 넣으니 글이 닫혀 버려요. 차라리 그 부분을 지워버리시고 순수했던 시절의 '존재'에 대한 세밀한 감각과 감정선을 쓰시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더 매력적이고, 읽는 사람에게 첫사랑을 떠올리게 해요. 감정의 상승과 하강이 적절하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요.
9. 트렌드를 쫓아가는 글쓰기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에 영합하는 글을 쓰지 마세요.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러면 언젠가 그 마음을 알아주는 독자를 만나게 돼요. 형성님의 글은 세차고 거친 무엇인가가 마음을 휘저어 생긴 흙탕물이 시간이 지나 가라앉은 이후의 담담함을 담아낸 글이에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학생을 파는 글을 쓰실 필요는 없어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 나가세요. 남 눈치를 보지 마세요. 대신 남에게 나를 어떻게 드러낼지만을 고민하세요.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이래야 해요. 관심과 인기에 연연하지 마세요.
10. 신춘문예 심사를 하거나 학생 대상의 소설 쓰기 수업을 할 때 '자살'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중학생들은 '죽음'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많죠. 그러지 말라고 해요. 죽음은 일시적 해결책, 임시방편이고 죽음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문학적 허세로 보일 때가 많아요.
11. 최근에 신춘문예 심사를 할 때 '자해'라는 문화적 코드가 정말 빈번하게 나와요. 그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어요. 어떤 이유로 이런 문화적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고민하게 돼요.
12. 직장인들의 힘든 삶, 아침에 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일상, 우연히 마주친 직장 동료의 손에 들려 있는 커피. 좋은 소재예요. 모르는 낯선 타인과의 유대감과 연대감을 그려낼 수 있죠. 단 이런 이야기를 쓸 때 본인이 힘든 상황을 먼저 구체적으로 서술하세요.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우연히 눈을 마주친 타인의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거예요. 주제를 드러내기 좋겠죠.
13. 다음 과제는 내 인생의 사건입니다. 사건을 크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에게 영향을 준 무언가로 생각하세요. 어떤 일을 겪고, 그 일의 밑바닥에 있는 의미를 긁어서 캐내 보세요. 그때 이런 감정을 느꼈지.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를 고민하면서 그 의미를 적어야 합니다. 그 의미에서 작가의 세계관이 드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