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둘기 Nov 01. 2022

우울한 날에 귀여운 것에 대한 집착

이태원 사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울은 무기력이 되고 화가 나고 때론 몸의 아픔으로 나타난다.


얼마 전, 계단에서 삐끗해서 다리가 다쳐서 양쪽 발목에 보호대를 차고 있다. 여전히 아프고 불편하다. 그래도 이토록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그 다리로 휠체어를 어찌어찌 끌고 혁이씨의 mri진료에 동행할 때도 힘들었지만 이토록 마음이 다운되지는 않았다.

근 이주간 안 굴러가는 머리와 부족한 글솜씨로 새벽 2시까지 작업해서 카카오 브런치 응모를 마치고 혼자 어쭙잖은 번아웃 증후군이 온 것인지 알았다.


나는 우울할 때 까만 강아지가 프린팅 된 옷이나 귀여운 양말 등을 꺼내 몸에 지닌다. 귀여운 것을 스치며 마주할 때 조금 마음에 힘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귀여운 것에 대한 조금의 집착이 생겼다.


하지만 귀여운 것을 몸에 지니고 자주 본다 해서 때로는 회복되지 않는 깊은 우울함이 있다.


일요일부터 머리와 몸이 아팠다. 사람에 따라 그 감정이 잘 전달되어서 몸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조금은 그런 종류의 피곤한 사람이다.


얼마 전, 충북 지진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경기도의 우리 집에도 느껴진 몇 초간의 여파에 ‘삶은 이리도 쉽게 지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구나.’ 싶었는데


며칠 전부터 하루 종일 뉴스에서 나오는 이태원 압사 사태.

뉴스와 사진으로 접하고도 믿기지 않은 이 사건.

정확한 건 밝혀지는 중이지만 몇 사람들의 한순간의 치기 어린 외침으로 수많은 인파 속에 몸을 움직이기에도 벅찼던 사람들이 너무 많이, 허망하게 죽은 사건. 그 사람들도 그렇게 될 줄 알고 한 건 아닐지라도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다.


불과 몇 달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태원에 가게 되었을 때 봤던 그 골목들은 무척이나 좁았었다. 내가 지나고 보았었던 그 어느 골목들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다니.


‘왜 갔냐, 사람 많은데 안 가면 되지 않냐, 왜 통제를 못했냐’ 누구에게 뭐라고 하고, 정치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이것은 슬픈 일이다.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얼마나 클지, 그 자리에서 수습하였던 사람들의 충격은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인공호흡을 하다가 결국 숨이 멎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았는데 그 손을 모은 사람의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시민.  직장 내 필수교육으로 배우는 인공호흡을 이렇게, 이런 상황에 쓰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서 신발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을지 몰랐다며 울먹이는 할아버지.

숨이 멎어가는 사람들 위에 올라타 계속해서 인공호흡하는 응급구조원들.

응급차 주변에 모여서 무슨 일인지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그랬던 것인지 섹스 온 더 비치 노래를 부르는 정신없는 사람들이 오버랩되며 잠에서 자꾸만 깬다.


오늘도 나는 까만 강아지가 그려진 옷을 꺼내입었다.

연고 없는 나의 일상은 여전히 흘러가지만, 갑작스런 시간 속에 흐르는 우울함은 까만 강아지가 주는 귀여움으로는 당분간 우울함을 막기에 어려운  하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분들의 슬픔을 누가 다 알까.

다치신 분들에게 회복이, 앞으로 또 이런 사태가 없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구둘기네 소소한 일상 맛보기 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