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강회사에 들어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화학 제조업이었다.
생산과 품질, 영업과 기술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작지만 꽉 짜인 현장 중심의 세계였다.
화려하지 않았다.
누구도 “우리는 이런 걸 합니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손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진짜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처음 봤다.
처음엔 그냥 관찰하는 입장이었다.
30대 신입으로 들어온 나보다
모두 나이가 많았고, 연차도 많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내게 우월한 듯 굴거나 거리감을 두지 않았다.
대신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고,
필요할 땐 확신 있게 행동했다.
나는 그 조용한 태도 속에서
말보다 신뢰가 먼저인 프로의 세계를 느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생산 쪽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공정 속에서
그들은 ‘정확함’과 ‘안정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끝없이 지키고 있었다.
그건 겉보기엔 단순해보였지만,
실제로는 높은 집중력과 자기 관리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작업이었다.
누군가는 단 1초의 온도 차이도 민감하게 기록했고,
누군가는 출하되는 포장의 각도까지 다시 확인했다.
그들의 일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깨달았다.
이전의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싶었지
“좋은 일”을 할 줄 몰랐다.
스타트업에선 빠르게, 화려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천천히, 꾸준히,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존중받았다.
나는 그 감각에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결론
작은 회사라고 가볍지 않았고,
조용하다고 얕볼 수 없었다.
내가 속한 이 제조업의 세계는
기술과 태도, 신뢰로 이루어진
단단하고 아름다운 구조였다.
그 안에서 나는
‘나도 이렇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