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진 나, 다시 걷기 시작하다
실패 이전의 나는,
겸손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겸손하게 말하면
그게 곧 겸손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패 이후,
나는 겸손이 단지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
진짜 겸손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태도였고,
내가 잘못했을 때 침묵하지 않는 용기였으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자세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땐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이기려고 했을까.”
과거의 나는
사람보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겼고,
결과 앞에서 감정을 무시하는 게 효율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패한 뒤,
나는 사람들 사이의 온도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감정이 상하는 말은 아무리 정확해도 무의미했고,
정중한 무관심은 차라리 무례보다 더 아프다는 것도 알게 됐다.
회사를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꾸만 조용해졌다.
예전 같으면
무언가를 설명하고 주장하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그냥 들어보게 됐다.
말보다 태도를 보게 됐고,
결과보다 과정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주 작게, 그러나 단단하게.
나는 지금도 배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제야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더디지만 온전히 대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과거의 오만이 없었다면
지금의 배움도 없었을 것이다.
그건 부끄럽지만,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