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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Jan 29. 202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혼돈에 대처하는 방법

룰루 밀러

총평: 혼돈에 대처하는 태도를 찾기 위해, 한 ‘스타’ 과학자의 일생을 탐구한다.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인 이 책은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중반 이후부터는 더더욱,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책의 맨 앞부분에 있는 저자 설명란에는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 있다. 일단 그것으로 시작해 보자.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 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 기자로, 15년 넘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에서 일하고 있다. … 중략 …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을 역임한 ‘스타’ 생물학자에 대한 전기이면서, 저자인 룰루 밀러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회고록이자, 생물학과 분류학 그리고 어떤 한 가지 학문분야에 대한 과학적 모험담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처음 읽을 때는 약간 헤맬 수 있다. 19-20세기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잠시 후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 이야기들이 교차해 가면서 저자가 왜 조던의 생애를 탐구하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그 여정은 나에게는 꽤나 훌륭한, 2023년을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었다. 그러므로 이 리뷰는 책을 요약하기보다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정을 시작하도록 북돋아주기 위한 글로 쓰려 한다.


 저자인 룰루 밀러는 7살 무렵, 문득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아버지는 대답했다.

“의미는 없어!”​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 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인생에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너는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에게는 이 과학에 기반을 둔 허무주의가 바로 활력의 원천이었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러니 너만의 인생의 의미를 찾고, 행복하게 살아라’. 하지만 저자에게는 마치 이렇게 들렸다.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도, 도시도, 문명도, 그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 틀림없는 혼돈이 인생을 지배할 것이다. ’ 저자는 그다지 순탄치 못한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이 혼돈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100년 전의 한 과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생물학자이며, 분류학자였다. 지구상의 새로운 종들을 찾아내고, 이름을 붙이는 학자.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이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물고기들을 잡아 표본을 만들고 이름표와 함께 넣어두었다. 하지만 어느 사건으로 인해 그 표본들은 죄다 바닥에 널브러지게 되고, 표본과 함께 넣어두었던 이름표는 모두 쏟아져 섞여버린다. 새로운 물고기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던 그의 노력은 없던 것으로 돌아가버린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이 연극의 감독이라면 나는 무대 디자이너에게 조금 살살하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받아들이자. 이것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것이다. 혼돈이 지배한다는 것, 나에게는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는 없어 보였다. 나라면 이 지점에서 포기했을 것이다. 신성이 훼손되고, 꿈이 박살 났으며, 수십 년 동안 끈기 있게 해온 일이 헛수고로 돌아갔다면, 나라면 지하실로 내려가 패배를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바늘을 꺼내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고기와 이름표를 잡아들고는 꿰었다. 기억력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물고기들의 살갗에 이름표를 꿰었다. 혼돈에 대항해 바늘로 맞섰다. 저자는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한다. 그런 노력을 해봐야, 화재나 홍수가 일어난다면? 다른 재난이 일어난다면? 너무 근시안적인 대응책이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는 계속해서 궁금해한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일생을 탐구하며 찾아나간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는 어떻게 혼돈에 대처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는가?

이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혼돈에 대처하는 태도를 찾아 나서는 저자의 여정은 과연 어떻게 끝을 맺을까? 그 혼돈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전정보가 없다면, 독자의 99%는 결말을 조금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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