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형주 Jan 04. 2024

비본업으로서의 글쓰기: 집중력

주간 여행 에세이 3

하루는 24시간이다. 잠자는 8시간 (수면으로 이행하는 시간과 거기서 벗어나는 시간을 포함해)을 빼면 16시간이 남는다. 자신의 직업 (임금노동자든, 가사노동자든, 프리랜서이든, 취준생이든, 그 외 무엇이든)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하는데 최소한 8시간은 써야 한다. 임금노동자라면 출퇴근 (평균 84분)도 해야 한다. 하루 2-3끼 밥도 먹고 (대략 2시간) 샤워 (대략 30분)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많다.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4시간이다. 아주 운이 좋다면 직업 활동에서 행복을 찾고, 스스로가 원하는 발전을 이룰 수도 있다. 나는,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일이고 그 본업 외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대부분 꿈을 가지기만 한 채로, 혹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간다. 이 상황에 만족한다면 문제없다. 그런데 나는 만족스럽지 않다.

 나 같은 사람들은 24시간 중 4시간도 안 되는 시간과 주말도 모으고 모아서 꿈을 찾고 이루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재밌는 드라마와 영화도 보아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술도 한잔해야 한다. 야근도 해야 한다. 만약 자영업자라면 8시간만 일하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일 것이다. 하루 4시간은커녕 2시간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빠르게 많은 돈을 벌어서 직장을 그만두기?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기? 최고다. 자본가(사장)이 되어서 직원을 고용한 후 나 없이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훌륭하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은 어렵고, 리스크도 크고, 그러기 위한 시작점 (돈, 능력, 경력 등)이 필수적이다. 다수에게 그런 선택지는 흐릿하거나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다, 허튼 생각 말고 일이나 잘하자… 이룬 것도 뭣도 없는 내가 그런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소득이나 능력, 그 외 기타 등등으로 인해 직업으로서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빛본 업, 취미로서의 글쓰기다. 그렇지만 비본업이라고 해서 비루한 내 글솜씨를 용납할 정도로, 그리고 체계 없는 글 모음에 만족할 정도로 관대하지는 않다.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번듯하게 묶어서 밖에 내보내고 싶다. 나에게 그럴만한 재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언제나 한다. 그렇지만 그 재능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보낸 수십 년 후에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재능이 없어도 상관없다. 버지니아 울프가 <별것 아니지만 소유자에게는 중요하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 재능>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습관이다. 최근 반 년간, 평일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6시에 일어나 7시 15분에 회사 근처 카페에 도착해서 8시 45분에 출근하기 전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이러한 하루 한 시간 반의 습관을 가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취직을 하게 된다면 상황을 더 조정하고 계획해서 이 루틴을 2시간이나 3시간까지는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방식으로 고정적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일상 속에서 비본업으로서의 글쓰기에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3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자투리 시간을 끄집어내 활용해야 한다. 스티븐 킹은 작가에게 독서가 핵심이라 말하면서,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어디서든 독서를 하라고 권했다. 계산대 줄에서, 화장실에서, 운전할 때나 운동할 때도 (오디오북으로), 심지어 식사 중에도.

  

 나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한 마음과 함께,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든 책을 꺼내어 혹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피고 책을 읽으려면 꺼내자마자 집중해야 한다. 10분의 자투리 시간이 남았는데, 집중하게 되는 데 20분이 걸린다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아닌가. 독서뿐만 아니라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어디서든 짬 날 때마다 해야 한다. 그런데 글쓰기는 집중 모드로 들어가는 데 독서보다 조금 더 어려운 듯하다. 앞서 말한 현재의 내 한 시간 반의 루틴에서도 집중 모드로 들어가는 데 최소 30분은 걸린다. 어쩔 때는 집중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 시간 반이 끝난다. 만약에 전업 작가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집중을 시작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8시간 중 7시간은 글을 쓸 수 있다. 비본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시간이 빌 때 아무 데서나 아무 상황에서나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주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도구를 꺼내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훈련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이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에 가장 최적인 상황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굳이 글을 쓰지 않더라도 풍부한 자극과 신선한 경험들이 가득한 새로운 시공간을 쏘다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든 글을 쓰는 거다. 그렇게 몇 달간 하다 보면, 여행이 끝난 후 밋밋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느 상황에서든 글을 쓸 수 있는 독한 마음과 집중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그렇게 노력하길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도파민에서 벗어나는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