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

지키고 싶은 나의 일부분, 갖고 싶은 나의 조각들

by 형준

입버릇처럼 외치던 ‘낭만을 지키자.’

괜스레 그 의미가 궁금해져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본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혼잣말로 읊조리며 수첩에 머릿속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한다.

엽서, 빨간색 랭글러, 낮잠, 사프리나 카펜터의 음악, 화단에 걸린 능소화, 한겨울 사거리 한구석 타코야키 포장마차, 데이지, 김광석의 음악, 술 한잔을 들이켜고 곧바로 입 안으로 들어오는 부침개 한 조각, 책상 위 읽지 않은 새 책들, 빨강과 노랑의 조화로 이루어진 단풍, 제주도 바다와 맞닿은 뭉게구름, 산책,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는 프렌치토스트, 밤 12시 친구들과 떠들며 공부하던 학교 강의실, 계획 없이 방문한 서촌.


눈으로 마주한 지극히도 개인적인 나만의 낭만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는 사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의 나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가 되었다.


펜을 들어 수첩 상단에 적혀있는 딱딱한 의미를 슥 그어내고 적어본다.


’지키고 싶은 나의 일부분, 갖고 싶은 나의 조각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년 차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