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일상의 소중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울리는 알람소리. 두 눈을 찡그리며 바라본 휴대폰 화면 속 시간은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다. 방안 속 차가운 공기에 눌려 무거워진 이불 품을 벗어나기 싫어 몸을 웅크린 채 100초를 센다. 101…102…110… 그대로 200까지 셀까 싶어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이불을 정리한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한다. 다 뜨지도 못한 눈을 찡그린 채로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꺾어 들어 올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을 맞고 나서야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와 주섬주섬 가방에 짐을 챙긴다. 장장 10시간에 달하는 지루한 편의점 근무에 꼭 필요한 3가지. 아이패드, 읽을 책 그리고 충전기를 가장 먼저 넣었다.
‘음… 또 뭐가 필요하지?
겨울이니까 핸드크림도 챙기고..
아! 립밤도 챙기자 또…‘
챙겨야 할 것들을 빠트려 생길 허전함을 대비하기 위해 아침부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문득 지난주 얼굴에 트림을 하던 손님이 생각나 서랍 속 묵혀두었던 마스크를 꺼내본다.
‘이왕이면 KF94가 좋을 거 같다.’
편의점은 집에서 걸어가기엔 멀고 버스를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 점이 참 좋다. 새벽의 피곤함을 버스에 탑승하며 달랜다. 퇴근 후에는 집을 향해 걸으며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벚나무의 위로를 받는다. 봄에는 분홍색 벚꽃이, 여름에는 청록색 잎이, 가을에는 주황색 단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꽃이 하루의 노고를 달랜다.
3년 차가 되니 어려울 게 없다. 시답지 않은 농담을 나누며 앞타임 근무자 형님과 교대를 하고, 방문하는 손님들을 응대한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허리가 아플 땐 편의점 바깥을 서성이며 스트레칭을 해본다. ‘우득, 우드득.’ 허리에서 나는 뼈소리에 약간의 에너지를 얻는다. 손님이 없을 땐 챙겨간 패드와 책을 활용해 시간을 보낸다. 공부도 하고 자소서도 써보고, 책도 읽는다. 물론 효율이 좋지는 않다. 편의점이 넓은 탓에 퇴근시간인 5시보다 2시간이나 빠른 3시부터 교대를 준비한다. 루틴대로 담배, 라면, 과자, 음료를 순서대로 채우고 청소를 하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난다. 뒷근무자 여성분과 함께 교대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나선다.
이틀 전, 뉴스를 보며 고등학생 때 향했던 광화문 집회 때조차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들었다.
두려웠고, 슬펐고, 막막했다.
과거를 공부하며 보았던 상황들이 반복될까 두려웠고,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슬펐고,
앞으로의 우리는 어떻게 될지 막막했다.
나였다면, 만약 지금의 나라면.
그동안 쌓아온 어른들의 업적과 앞장서서 견뎌온 선배들의 노고를 감히 따라 할 수 있을지. 두려움에도 행동을 옮길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있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반말하는 아저씨도, 뛰어다니며 컵라면을 쏟는 초등학생들도, 손가락으로 까딱 담배만 가리키는 어른들도 오늘만큼은 반가울 듯하다.
잠시나마 내 마음속 무거운 무게를 덜어줄 거 같아 괜스레 손님들이 자주 방문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