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소설의 제목은 섬뜩한데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서로 성격이 정반대인 두 남녀의 청춘에 관한 기록이자 우정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일본 소설로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요즘 10대들의 대화를 완벽하게 따라가기 힘들었다. 난 늙었어 그러나 마음만은.... 더 구차한가.
야마우치 사쿠라. 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췌장에 병이 생겨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여고생이다. 그녀는 비록 병에 걸렸어도 활발하고 씩씩하며 남은 생을 알차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10대에 시한부 인생이면 심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미루어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어쩌면 사쿠라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도 남들보다는 짧을지 모른다. 나름 마음의 준비라는 것을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보다는 가족 걱정이 먼저인 것도 사실이다. 아....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미리 걱정하다니 참 한심한 인간. 그녀처럼 사쿠라처럼 힘내서 살아라.
시가 하루키. 소설 속 화자이자 남주인공. 책을 좋아하는 문학 소년이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타입. 친구도 딱히 없는데 본인은 오히려 편하게 느끼는 남고생. 개인적으로 참 부러운 유형이며 나는 학창 시절 하루키처럼 살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기는 했는데 혼자이지는 못했다. 조용하지 못하고 참 많이도 나댔었다. 그러면서 혼자이길 바랐다니 웃긴 상황. 멍청했는데, 어쩌겠나 성격이 그런 것을. 이렇게 성격 뒤에 숨어 본다.
작품의 첫 장부터 장례식 이야기가 나오며 그녀의 죽음이 정해진 대다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작품 전반에 깔려있다. 무척 무거운 분위기로만 진행될 것 같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사쿠라 본인이 자신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거론하면서 작품이 분위기가 다소 가볍게 전개되는데, 그러면서도 묘한 슬픔이 있다. 죽음은 확실한데 그녀가 너무 쾌활하기 때문 이리라. 저렇게 씩씩하고 쾌활한 소녀가 저런 중병에 걸리다니 하며 슬퍼지려 할 때 그녀 때문에 웃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약간 슬퍼지고. 이쪽의 비슷한 부류의 작품과는 분위기나 느낌이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억지스러움이다. 아 물론 대단한 것은 아니고 나이 든 참견쟁이의 심술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죽음을 마주하면서 좋았던 점이라면 그거야.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면서 살게 됐어"
사쿠라의 대사인데, 평범한 우리는 그녀와 달리 죽음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실제로 그렇다. 어떤 평범한 인간이 매일 죽음을 생각하겠나. 허나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언젠가 죽고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살아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매일을 충실히 살아나가야 한다.
책을 덮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늘에, 글을 쓸 수 있는 오늘에, 살아 있는 오늘에 감사한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