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레프 톨스토이
30대의 안나 카레니나는 작가의 명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 40대의 안나 카레니나는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라비치는 부정을 저지른 아내와 불륜남 브론스키를 용서한다. 그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두 사람의 부정을 비난하고 자신의 명예를 걱정한다. 아내가 브론스키의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열로 죽어갈 때 죽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죽어가는 아내의 용서해 달라는 애원에 그녀의 손을 잡고 용서한다. 눈물을 쏟으며. 용서라니...어떻게 용서가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그랬다. 애초에 없었던 일처럼.
여태껏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들어왔던 용서와 관련된 말과 글들이 있었지만 날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40대에 접한 고전 명작은 내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켰다. 그의 용서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도 그처럼 용서하자. 무엇이든, 나를 아프게 한 타인들도, 세상도 다 용서하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깨달음 이후에도 기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 깨달음을 얻은 대로. 물론 친구에게 내 깨달음을 전하며 "네가 내 돈 떼먹고 도망가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거야"라는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고전 읽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안나 카레니나는 읽어야 한다. 흉기처럼 두꺼워 두렵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