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식 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8년 전쯤이다. 조금씩 해보면서 재미를 느꼈고 이내 빠져들었다.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시골 촌구석에 칩거해 있어도 자신의 지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마치 전설 속의 제갈량에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는데,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초반 미숙함으로 괴로운 날 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빠져나오려 한다. 아직도 주식 투자가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주식은 이제 뒷전이 된 것이다. 국장이 어려워 미장으로 이사 가는 이유까지 더해서 한 8년간의 여정을 통해 얻게 된 소박한 깨달음을 넋두리 정도로 끄적여 보려 한다.
주식 투자는 재능이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고 성공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아니, 노력은 당연하다. 주식을 직접 하기도 했지만 주식으로 성공한 고수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분석해 보면 재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재능=좋은 머리'는 아니다. 돈을 버는 재주 정도로 정의하면 되겠다. 주식을 조금만 해보면 자신의 재능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재능이 없다면 주식을 접어야 하고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는 것이 주식 투자의 가장 우선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투자 관련 유튜브나 책은 대부분 약장사다.
그들이 미래를 어찌 알겠나. 다 약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돈 버는 기술이 있다면 본인이 잘 벌어먹고 살면 된다. 사람은 좋은 것을 나누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부자 될 수 있다며 광고를 한다니, 말도 안 된다. '누구나 부자 될 수 있다'라는 채널은 그 채널 운영자만 부자로 만들어줄 뿐이다. 영상 팔이, 책 팔이에 당하면 안 된다. 속아서 돈 잃고, 시간 잃고, 노력 잃고 많은 것을 잃게 된다.
투자 공부는 당연하지만
투자 공부는 당연하지만 확실하게 해야 하고 그것을 넘어 잘해야 한다. 어설프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초반 부동산 폭락론이 대세였다. 일본처럼 경기 불황에 빠진다는데, 근거도 그럴싸했다. 일본과 우리는 경제 구조가 비슷하고 저출산 고령화는 심화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된다는 그런. 사람들은 그런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재테크 열풍까지 불어 부동산 공부, 경제 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공부한 사람들은 자신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부동산 폭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이 기다린 폭락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오른 아파트 가격에 피눈물 흘리며 현재까지도 전세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차라리 당시에 내 집 장만하고 술이나 마시며 인생 즐기던 사람들은 지금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렇듯 투자 공부는 열심히는 기본이고 잘해야 한다. 잘 해낼 자신이 없다면 빨리 시장에서 빠져나와라. 여담이지만 당시 부동산이 문제라며 연일 폭락한다며 노래를 부르던 어떤 전문가라는 인간은 현재 주식 전문가로 변신해 있다. 참 양심도 없다.
난 주식 투자에 재능이 없다. 이 사실을 빠르게 파악했고 접어야 했으나 너무 재미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생존 전략을 짰다.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이상이 없어도 느낌이 이상하면 건너지 않았다. 큰 이익도 없지만 큰 손실도 없는 매매 방법. 살아남아 시장에 계속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인생의 다른 즐거움을 찾아 떠나게 되어 전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다. 이제는 나에게 주식 투자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 바닥에서 추억이 즐거운 것이라면 성공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