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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애, 가난 그리고 사랑

책, <값비싼 독> 메리 웨브

by 너무강력해

값비싼 독은 '인간의 가치를 저버리고 값비싼 제물만을 탐하면 도리어 그것이 독이 되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제이기도 한데,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다가왔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사른 지역의 자연환경 그리고 19세기 초의 영국 시골 사람들의 삶이 그렇다.


작가의 자연에 대한 묘사는 매우 탁월하며 자연을 이용한 비유와 은유 또한 훌륭하다. 메리 웨브가 평생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슈롭세주의 자연환경을 작품에 녹여냈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19세기 초반의 영국 시골마을의 생활상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우선 야만적 풍습이 지배하고 있는데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식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된다. 주인공인 프루 남매도 예외가 아니며 폭력의 이유는 성경을 외우지 못해서다. 황소 괴롭히기라는 놀이도 행해지는데 투기견들을 풀어 황소를 물어 죽이는 것을 사람들이 구경한다. 전근대적이며 폭력적인 행위임에도 당연한 듯 받아들여진다. 미신은 어떤가. 프루의 모친은 프루가 언청이가 된 이유로 임신 당시 흰토끼를 보았기 때문이라 믿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요정의 전설, 귀신의 존재 등 다양한 미신에 대한 믿음들이 넘쳐난다. 폭력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겪기 힘든 일이라 꽤 흥미로웠다.


기디언은 프루의 오빠이면서 작품의 제목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돈 욕심에 눈멀어 밤낮으로 일하며 주위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 심지어 자신의 모친이 병들어 자신에게 짐이 되자 모친을 독살한다. 인면수심 악마 그 자체다. 결국 수확물이 불타버리고 자신이 죽음으로써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위에서 설명한 값비싼 독의 정의가 떠오른다.


프루. 작품의 주인공이자 여성이며 장애인이다. 언청이라 묘사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선천적으로 윗입술이 갈라져 있는 형태'라고 나와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멸시와 차별을 받게 되지만 정작 그녀는 주위에 친절하고 애정 넘치는 여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특이하게도 여성임에도 글을 배워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귀족 여성도 글을 모르는 시절인데. 사랑하는 케스터와 이어지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지금껏 작품에 대한 감상을 써오면서 이번처럼 작품 내용만 나열한 경우는 없는데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만 해야 할 것 같다. 19세기 초반 영국의 시골 생활에 대한 부분이나 자연의 묘사는 좋았다. 다만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헛된 욕망에 대해서는 와닿는 것이 없었고 프루와 케스터의 사랑 이야기 또한 그랬다. 아쉬우면서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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