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현대 소설의 기념비를 세운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사실주의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그 완결을 이룬 작품
카프카에게는 바이블, 누보로망 작가들에게는 교과서가 된 소설
소설 보바리가 위의처럼 고평가를 받는다는데,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문학적 소양이 떨어져서겠지만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겠다. 문학 학자들에게나 유용하지 싶다.
줄거리는 에마라는 과대망상에 빠진 여자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고 사치를 부리다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다. 딱 이 정도다. 더 할 이야기도 없는. 에마는 좋게 포장하면 낭만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파리에서의 화려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애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남편과 그녀가 보기에는 가난한 경제사정, 따분한 시골 생활 등등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따분하고 권태로운 나날이 지속되자 그녀는 결국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그녀는 잠시나마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결국 남자들로부터 버림받는다. 그녀의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녀는 그냥 과대망상에 빠진 현실 감각 제로인 여자일 뿐이다. 뭐.... 결국은 파멸한다.
에마의 남편 샤를은 그녀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순정파 이긴 하다. 그녀에 비해 현실적인데도 아내에게만은 단호하지 못해 쩔쩔매다 가정의 파국을 막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의 딸만 불쌍해진다. 부모는 죽었고 맡아줄 사람이 없어 여럿에게 떠돌다 가난한 친척에 입양된다. 아무래도 그녀의 앞날의 비참함이 예상된다. 그녀의 과대망상에 멍든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것이다.
작품에서 에마와 같은 망상가 보다는 약제사 오메 같은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이 잘 먹고 잘 산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며 사회적 명성도 얻으며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주무르기도 한다. 심지어 에마의 정부들인 로돌프와 레옹의 경우도 그녀의 비극과는 관계없이 잘 살아간다. 세상을 현실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약간 씁쓸함이 느껴진다. 에마의 삶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메와 같은 어쩌면 기회주의자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달갑지만은 않다. 소설이라 극단적 설정이기는 하겠으나 현실이라고 그에 못하지 않다. 어쩌면 더 할지도. 현실에서도 오메와 같은 인간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작가의 글솜씨는 참으로 탁월하다.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대가에게 글 솜씨라니. 표현이 다소 경박할 수 있으나 내 수준에서 그 이상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고전 치고는 글이 술술 읽힌다. 읽는 중간중간 웃음도 터지고, 감탄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은 몇 번을 다시 읽고 작가의 화려한 글 솜씨에 깊이 현혹되어 정신없이 읽어 내리는 했다. 비록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