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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공개수업? 그보다 학부모 총회를 가라!

교사가 학부모 공개수업보다 학부모 총회를 추천하는 이유

by 마키아벨리

학부모 총회 시즌이다. 내가 전에 근무하던 학교는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 공개수업을 같은 날 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 공개수업을 서로 다른 날에 운영한다.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 공개수업은 초등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공식적인 행사인데, 학부모 상담주간과 더불어 학부모 참여 3대 행사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물론, 이 가운데 학부모 상담은 선택적이기도 하고, 팬데믹 이후로는 전화를 활용한 비대면 상담의 관행이 굳어진 경우도 있어서 학부모 총회나 학부모 공개수업에 비해 비중이 좀 낮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이 이 둘에 비기지 못하는 이유는, 방문 상담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학교에 방문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에 비하여 학부모 총회나 학부모 공개수업은 다른 학부모들도 여럿 참석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큰 부담을 느낀다.


학부모 총회.jpg 출처: MBC뉴스 [와글와글] 새 학기 '학부모총회' 한창‥엄마들이 더 피곤한 이유는?


특히 학부모 총회는 학생들이 없이 비교적 널찍한 공간에 학부모들이 자리에 앉아 행사를 참여한다. 그것이 학교 전체 총회이건, 학급의 총회이건 모임의 주인공은 학부모이다. 그러다 보니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것처럼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가방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또, 학부모 총회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성과 더불어 학교, 학년, 학급 단위의 학부모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맞벌이가 흔한 요즘, 본업과 가정 이외의 영역에서 무언가를 맡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학교 입장에서 학부모 총회는 학부모 상담이나 학부모 공개수업에 비해 흥행 몰이를 하기에 어렵다.


반면에 학부모 공개수업은 여러 학부모가 한 자리에 하지만, 학생과 교사가 주목받는 행사이다. 물론 이런 표현은 학부모 공개수업을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 하는 행사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목을 받는 것이 교사와 학생이라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학생이 주연이고 교사는 조연, 학부모는 관객이 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다. 학부모 사이에 서로 의식할 일이 거의 없이 내 아이만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공개수업 한정'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3대 학부모 행사 중 학부모 공개수업의 흥행 성적이 가장 좋다. 즉, 일반적인 학교에서 학부고 공개수업은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행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관점에서 참여를 가장 권장하는 행사는 학부모 총회이다. 학부모 총회, 특히 담임교사와 대면하는 학급 단위의 총회는 담임교사의 교육관을 가장 파악하기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야 자신의 교육관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학교에서의 교육, 특히 학급 내에서의 교육은 담임교사의 교육관에 의해 좌우된다. 담임교사의 포괄적인 교육 활동은 어느 가정의 자녀 한 명에 맞춰지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왕왕 일부 학부모가 자신의 교육관을 담임교사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행위는 교사에 대한 교육행동침해이자 다른 학생들의 교육에 방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담임교사의 교육관을 이해하고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합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교사의 교육관에 맞춰 학부모의 교육관을 자녀 교육에 반영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그걸 못하면 모순이 나타나고 학부모가 꾸준히 적용하던 교육관의 효과 역시 떨어진다. 따라서 학부모 총회에 참여하고 담임교사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것이 좋다.


왕의디엔에이.jpg 출처: 왕의 DNA


그에 비해 학부모 공개수업은 학부모들에게 그다지 유용한 기회가 되지 않는다. 자녀의 수업 참여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학부모 공개수업은 결코 일상적인 수업과 같을 수 없다. 먼저, 발표 기회를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줄 수 있게 하다 보니 수업의 흐름이 기형적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한 것을 표현할 기회를 최대로 주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지만, 모든 학생이 40분의 시간 동안 다 발표하는 장면은 수업으로써 상당히 어색하다. 저학년 수업이 아닌 경우, 수업은 교사의 설명과 시범,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 모둠별 발표 등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 공개수업에서는 초대한 학부모에게 자기 자녀가 어떻게 발표하는지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는 데다가, 학생들 역시 상당히 들뜬 분위기에서 수업에 참여하니 일상적인 수업에서 보이는 태도와 많이 다르다. 그러니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보는 자녀의 모습은 평소의 학교 생활 모습과 거리가 멀다. 종합하면, 학부모 공개수업은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자녀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


많은 학부모가 학부모 총회보다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하길 선호한다. 심지어 같은 날 총회와 공개수업을 하더라도 총회는 안 오고 공개수업만 보기도 한다. 두 행사를 같이 하는 것이 학부모 총회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학부모들의 시간적 부담(연차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의도대로 행사가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입장에서, 자녀의 교육과 학교 생활에 관심이 많다면서 학부모 총회를 피하는 것이 참 아쉽다. 만약 두 행사 중 하나만 가야 한다면, 학부모 총회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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