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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Jun 06. 2016

곰소를 거쳐 내소사로 추억을 쫓아

추억이 나를 쫓아왔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때 아름다운 것은 아니더라

며칠 전부터 벼르던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떠나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함께 뛰놀던 아이들도 모두 다 떠나버린 고향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드문드문 떠오르는 추억을 지팡이 삼아 되돌아보기 위하여 길을 떠났다. 


아침내 우울했던 하늘은 전주에 와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아침부터 하늘은 심상찮은 기색을 내보였다.

비가 올 듯 말 듯 찌푸린 것이 통 가늠할 수 없는 내 감정 같아서 약간은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간다.  오히려 이런 하늘이 사진 찍기에는 좋은 날이니까.


빛이 구름에 산란되어 은은하게 보일 테니 오히려 더 좋겠다 싶어서, 세월의 흐름은 목가적이었던 고향에도 상업이란 이름으로 손길이 스쳐 지나갔을 테니 차라리 이런 날씨에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 그리고 다가오는 고향의 흔적과 추억들.  이 철교를 지나면 휴게소가 보이고, 해변길이 보일 테고, 익숙한 모양의 산이 보일 거야.  


익숙한 바다내음, 소금기 젖은 바람.  길가에 나풀거리는 풀잎 꽃잎들.  그리고 펼쳐진 바다. 갯벌.


매일 봐오던 풍경. 바다와 섬과 배는 모두 그대로 있더라


익숙한 풍경은 그대로이건만 어찌 변한 건 내 마음 같아서

괜스레 동네를 거닐고 친구가 살았던 집을 흘깃 쳐다보고 길가는 사람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이전에 살았던 집을 돌아보고.  어릴 땐 참 크기만 했던 집이 사실은 이렇게나 작고 초라했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길기만 했던 학교로 가는 통학길이 생각보다 짧았으며, 학교는 너무 아담하다. 



성장한 만큼 세상이 작아진 거 같아서.
가늠할 수 없었던 세상이 어느덧 이렇게 작아졌구나




내가 살던 마을. 친구들도 성장하여 떠난 이 마을에는 어른들과 아이들만이 남아 있는 듯하였고

우리를 기다리는 듯 마을 골목골목마다 심어져 있던 꽃들. 그 아름다움에 괜스레 코끝이 짠하여 사진 한번 더 찍어보고. 마음에 담아보고.



당신이 오시면 환하게 피어나드리겠어요
우리를 잊지 말아요




이제는 몸을 돌려 갯벌로 떠난다.

어린 시절에 망둥어 잡고 게 잡고 놀던 곳. 이 녀석들은 변함없이 오늘도 그렇게 여느 때처럼 언제나처럼 한결같이. 살아가며 살아가고 있더라.  아니 세월의 흐름만큼 가족들을 늘려간 거 같기도 하고.



좀 더 모습을 그려보고







그리고 내소사로 떠난다. 

소소하니 혹은 고고하니 자리를 지키던 산사와 암자. 그리고 어린 시절 높기만 하던 병풍 같은 산맥.  숲 냄새와 안개와 다람쥐 산새, 뻐꾸기 도마뱀 노닐던 곳.


소나무 가득한  병풍처럼 펼쳐진 산맥. 


고향을 생각할 때 늘 떠오르던 풍경은 난입하듯 지어진 빌라와 펜션이 있음에도 자신의 고고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마저도 자신의 풍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래. 이것이 고향. 나의 추억.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사진으로 남기고. 갈무리하고. 다시 한번 마음에 담고.








3시쯤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빗발이 점차 두꺼워져 전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많은 것들. 길목, 언덕, 바다내음, 바람.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추억을 쫓아 고향을 향했지만 
오히려 추억이 나를 쫓아왔다.




그대는 없지만 항상 내 마음속에 
그대는 남아있네 그대는 담아있네
그대여. 오 그대여.

내 마음 허전함에
달빛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네.

그대를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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